5학년쯤 되면 화장실에서 쉬는 시간에 화장품 파우치를 꺼내놓고 화장하는 아이들이 생겨납니다. 친구들끼리 생일 선물로 틴트를 선물하기도 하고 속눈썹이 참 예뻐 물어보면 아침마다 전동 뷰러로 올리고 온다고 합니다. 저도 학부모로 아침에 녹색 어머니 조끼 입고 횡단보도 앞에 서 있다 보면 인근 중학교 학생들을 만납니다. 아침에 늦은 게 분명한 시간인데 앞머리는 핑크색 롤을 말고 횡단보도에서 화장하고 있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화장에 대한 교칙이 없나 의아할 만큼 풀메이크업을 하고 바쁘게 출근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역시 예전의 우리 모습과는 많이 다름을 느낍니다. 요즘 아이들에게 화장은 소위 몇몇 노는 아이들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거울을 보고 작은 빗을 들고 다니며 수백 번 빗질하고 다이어트를 한다고 굶는 아이들. 아이들에게 지금 네 모습 그대로 예쁘다는 어른들의 말은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후두엽의 발달, 당연한 현상
아이들이 화장을 하고 외모를 꾸미고 싶어 하는 것은 이 시기의 당연한 발달 모습입니다. 왜냐하면 이 시기에는 뇌에서 시각을 담당하는 후두엽이 발달하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눈으로 보는 것에 예민해지는 상황입니다. 더불어 전두엽도 함께 발달하여 나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2차 성징이 시작되면서 몸이 변화하고 있고 시각 중추는 발달하고 있으니 관심이 높아지고 예뻐지고 싶어 하는 것입니다. 화려하고 멋진 연예계 스타에 열광하는 이유도 이런 후두엽의 발달과 관계가 있습니다. 이런 뇌 발달의 이유뿐만 아니라 또래 집단 아이들의 영향력이 커지다 보니 호기심으로 시작하기도 하고, 매체의 영향에 일찍 노출되어 외모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의 분위기를 체득하기 시작했을 수도 있습니다. 다양한 이유로 아이들은 자신의 외모에 관심을 갖기 시작합니다.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입술이 빨개져서 물어봤더니 ‘이건 단지 립밤이야. 입술이 건조해서 발랐는데 색깔이 약간 있는 것뿐이야.’라고 대답했다면 불안해하시거나 미리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잘 크고 있습니다.
과도한 다이어트와 화장, 자존감 도둑을 잡아라
그런데 문제는 그 정도가 귀여운 발달 과정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 심한 경우들이 있습니다. 제가 올해 초 다이어트를 하겠다며 다이어트 관련 카페의 글들을 읽다가 초, 중학교 학생들의 다이어트 고민을 읽고 깜짝 놀랐습니다. 키가 160cm가 다 되어 가는데 몸무게 37kg가 목표라며 10kg 정도 감량해야 한다고 알찬 식단표와 운동 계획표도 세워놓았습니다. 성공 후기에 다리 사진을 보니 정말 불쌍할 정도로 빼빼 마른 아이 다리 사진과 정성스럽게 다이어트 진행 과정을 적어놓았습니다. 아이는 거의 한 두 달 동안 먹지 않고 어떻게 하면 급식을 먹지 않고 지낼 수 있는지에 대한 팁도 알차게 적었습니다. 아이의 열정과 실행력은 훌륭하지만 무엇이 이 아이에게 아름다움의 기준을 저렇게 심어놓았을까 하는 마음에 씁쓸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아이가 제법 많았습니다. 화장도 예전처럼 하얗게 바른 얼굴에 새빨간 립스틱의 어색한 화장이 아닙니다. 요즘 아이들은 화장 유튜버들의 영상을 섭렵하여 보통 어른들보다 더 익숙한 손길로 화장을 합니다. 저는 수십 년 해도 안 되는 화장을 어찌나 빨리 잘 배우던지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지나가는 호기심이라고 하기에는 과한 외모에 대한 집착은 아이의 자존감 문제와 연결하여 생각할 수 있습니다.
자존감이란 나를 사랑하고 가치 있는 사람으로 여기는 감정을 이야기합니다. 어려서부터 충분히 인정받고, 사랑받고, 긍정적인 이야기를 듣는 아이들은 자신의 외모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다른 아이들이 나의 외모에 대해 하는 이야기에 대해서도 크게 상처 받지 않습니다. 나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인정과 사랑, 존중을 받은 경험이 마음속에 많이 쌓여있지 않은 아이들은 사춘기에 나에 대한 불만이 외모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외모를 조금 더 가꾸면 사람들에게 더 인정받고 존중받을 수 있을 거야, 아이들이 나에게 더 관심을 갖게 될 거야’라는 생각들이 이렇게 만드는 것입니다. 아이의 마음 통장이 지금 텅 비어 있는 경우, 아이는 어떻게 해서라도 그 통장을 채우고 싶어 노력하는 것입니다. 그게 가장 쉽고 대중화된 방법처럼 보이기 때문이지요. 38kg의 인형 같은 여자 아이돌에게는 모두 다 환호하고 부러워하잖아요. 그런 관심과 사랑을 나도 받고 싶은 것이지요. 그런데 이런 자존감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도, 빼앗는 사람도 모두 부모님입니다. 아이의 비어 있는 마음 통장을 두둑이 채워주시기 바랍니다. 아직 그 시기가 아니라면 지금부터 미리 저축해 두십시오. 지금 아이 모습 그대로를 진심으로 예뻐해 주시기 바랍니다. 조금 더 구체적인 해결 방법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함께 해결해보기
첫째, 이유를 알아봅니다. 아이가 과도한 다이어트를 한다거나, 외모에 대해서 지나치게 예민한 상황이라면 해결하지 못한 어떤 문제가 있음을 알아차리셔야 합니다. 그 문제가 무엇인지 아이와 함께 이야기를 나눕니다. 친구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었는지, 또래에서 어울리는 것에 문제가 있는지, 혹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는지, 나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함께 이야기 나누는 것입니다. 이때도 부모님은 중간에 조언이나 평가하지 않고 아이가 스스로 생각을 꺼낼 수 있도록 부드러운 태도와 도와주겠다는 마음으로 임하셔야 합니다.
둘째, 함께 관심을 갖고 참여합니다. 아이가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하고 그 이유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으면 함께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 줍니다. ‘그럼 저녁은 엄마가 가볍게 준비해줄게. 간식은 되도록 기름지지 않은 것으로 준비할게. 너도 급식을 다 먹되 양을 좀 조절해봐.’와 같이 너의 고민에 충분히 인정하고 같이 도움을 주겠다는 태도를 보이시면 됩니다. ‘네 모습 그대로 다 예뻐’라고 말하는 것보다 엄마가 나의 고민을 진지하게 함께 고민해준다고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화장품에 관심이 많은 아이에게는 화장품 성분 분석표를 보는 방법을 함께 알려 주거나 집에서 같이 화장품을 만들어 보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셋째, 일정한 기준을 세웁니다. 이 행동에도 역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합니다. 화장을 하고 싶고 예쁘게 꾸미고 싶은 네 마음은 인정하나 학교의 교칙 범위 안에서 하기, 다이어트는 세 끼를 영양식으로 챙겨 먹고 하루 한 시간 운동하기와 같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통해 건강한 방법으로 아이가 스스로를 관리하고 가꿀 수 있도록 안내해줄 수 있습니다.
넷째, 잘못된 외모 지상주의에 대해 알려주어야 합니다. 대중매체의 영향으로 아이들은 잘못된 외모 지상주의를 여과 없이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이 시기에는 자아가 형성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잘못 받아들이지 않도록 어른들이 이야기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여자는 예쁘기만 하면 용서된다, 성형수술은 필수다, 몸무게는 몇 kg를 넘으면 안 된다.’와 같은 생각이 왜 잘못되었는지, 보이는 것 이외에 중요한 것이 무엇이 있는지, 모든 사람이 같은 기준으로 살아갈 수는 없다는 것 등을 이야기해주는 것은 앞으로 성인이 되어 사회의 기준에 맞추어 흔들릴 아이들에게도 꼭 필요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