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엄마는 왜 일 안 해? 엄마도 일했으면 좋겠어.” 뜬금없이 학교 갔다 온 아들의 말 한마디에 엄마는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뭐라고 대꾸할만한 말을 찾기도 어렵고 대답을 들으려고 하는 질문도 아닌 것 같아서 그대로 서 계셨답니다. 아이는 아마 깊은 생각 없이 툭 내뱉는 말이었을 것입니다. 좀 크고 나면 아이들은 나의 부모님이 하시는 일이 무엇인지도 궁금해하기도 하고 옆 아이랑 이야기하다 보니 그 엄마는 직장에 다니신다는 소리를 듣고 나서 내던진 말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말을 들은 엄마는 아마 시리고 아팠을 것입니다. 누구나 엄마가 꿈이 아니었던 시간이 있습니다. 멋지게 옷을 차려입고 누구 엄마 대신 내 이름을 불리며 내 영역과 성과가 있는 삶을 생각했었지요. 그런데 세상에서 제일 귀한 아이가 생기고 그 아이를 위한 최선으로 나의 삶이 변한 것에 후회는 하지 않더라도 문득문득 꿈꾸던 그때가 그리울 것입니다. 그런데 그 아이 입에서 내가 능력 없는 엄마처럼 들리는 이야기를 들으면 어느 순간 억울하기도 하고 허무하기도 할 것입니다. 실제로 학부모님이 상담 때 웃으시면서 '아이가 저에게 왜 일 안 하냐고 물어봐서 뭐라고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아이 키우려고 그만둔 일인데..' 정도만 이야기하셨는데 제가 들었을 때는 그 한마디가 참 아프게 느껴졌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뭐 하려고만 하면 '엄마~ 이거 어딨어?'라고 물어보면서 엄마가 하는 일이 크게 느껴지지 않나 봅니다.
“엄마는 맨날 바빴잖아, 해준 게 없잖아.” 이것은 직장 맘 아이의 단골 소재입니다. 이 녀석들은 물만 주면 자라는 화초인가 봅니다. 해준 게 없는데도 이렇게 자란 걸 보면 말입니다. 지금까지 부모의 역할을 단 한마디로 제압할 수 있는 이런 말들에 감정적으로 휘둘리면 안 됩니다. 매 순간 아이에게 최선을 다했음을 부인하거나 의심하지 마세요.
아이의 사춘기와 더불어 엄마의 갱년기도 함께 찾아옵니다. 우스갯소리로 '사춘기와 갱년기가 만나면 누가 이길까'라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부모님은 아이의 사춘기 즈음에 여성호르몬이 급감하면서 여러 가지 신체적, 심리적 변화를 겪게 됩니다. 그래서 아이의 사춘기가 더 힘들게 느껴지고 내가 지금까지 해 왔던 모든 노력이 하나도 빛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 같아 더 속상한 거겠지요.
5학년 추천도서에서도 추천했듯이 '엄마의 마흔 번째 생일'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부모님께서도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저도 아이 낳고 키우며 살고 있는지라 이 책에 나와 있는 엄마의 마음이 너무나도 이해가 되었습니다. 가정에서 여러 가지 역할이 있었던 엄마가 마흔 번째 생일에 나의 적성을 찾아 그림을 그리겠다고 나서면서 겪는 이야기입니다. 처음에는 엄마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던 딸아이가 점점 여자로서의 엄마 인생을 이해하기 시작하는 변화가 더욱 기쁘게 와 닿기도 하였습니다. 가족은 한 사람만의 희생으로 지탱되기에는 너무 버겁습니다. 그동안은 아이가 어리고 부모의 실질적인 도움이 많이 필요한 부분이 있었기에 그 나름대로의 최선을 다한 것입니다.
하지만 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들었다는 것은 아이에게 스스로 자아를 찾아갈 만한 힘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사춘기가 시작되면 부모님도 아이에게서 독립하여 나를 찾는 시간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친한 아이 엄마를 만나 학원 정보를 나누는 시간이 아니라 오로지 나 스스로를 위한 시간을 갖기를 추천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하고 나를 찾아 나가는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새롭게 자라고 있는 사춘기 아이와 함께 부모님께서도 아이 양육으로 잠시 내려놓았던 나를 다시 찾아보는 것입니다. '선생님 참 모르는 소리 하시네요. 그때부터 엄마가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요. 요즘 대학은 엄마의 정보력으로 가는 거예요.'라고 하는 분도 있으실 것입니다. 그럼 대학 이후에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 취업도 엄마의 정보력으로 결혼도 엄마의 정보력으로 할 수 있을까요? '정보가 많은 엄마', '아이에게 욕심이 많은 엄마'가 좋은 엄마가 아닙니다. 아이들은 자율성과 존중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내가 혼자 할 수 있으니 간섭하지 말라고 이야기하지요. 그 아이가 아이의 색깔을 스스로 찾아 빛나도록 옆에서 지켜보시기만 하면 됩니다.
Be yourself
혹시 '코코코 코.. 입' 이 게임 아시나요? 똑같이 코에 손을 대고 있다가 한 사람이 입이라고 말하면서 손은 귀에 갖다 댑니다. 상대방은 입에 갖다 대야 하는데 순간 나도 모르게 똑같이 귀에 손이 가게 됩니다. 집중해서 잘 듣고 두 번 생각해야 말하는 것처럼 입에 갖다 댈 수 있습니다. 즉, 우리는 듣는 것보다 보는 대로 따라서 행동하는 것이 더 쉽고 빠릅니다. 사람의 행동은 보면서 배우고 습득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주변에 유해환경이 없는 곳, 공부하는 아이들의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는 곳을 좋은 학구라고 해서 선호하지요. 아이들은 보면서 배우는 것이 가장 많으니까요.
이런 아이들이 가장 많이 사회적인 행동을 배우는 대상은 사실 부모님입니다. 부모님이 어떤 말을 하는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보고 그대로 모델링합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봐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들을 보면 부모님이 쓰는 말과 행동, 그리고 생각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아이가 사춘기가 되어 부모로부터 심리적으로 멀어져 가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손에 힘을 풀고 가도록 두신 후, 나의 행동과 생각을 모델링하는데 집중하시기 바랍니다. 내가 자녀가 볼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어른이기 때문에 말보다 행동으로 아이가 볼 수 있게 해 주는 것입니다. 그동안은 어린아이의 양육으로 잠깐 두고 있던 내 꿈도 슬며시 꺼내서 살펴보시고 꾸준히 운동하여 나를 가꾸기, 내가 좋아했던 그림을 그리거나 악기를 새로 배워보기, 좋아하는 일에 푹 빠져보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모습 보이기, 요리를 꾸준히 사진으로 찍고 기록해보기 등 새롭게 도전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이런 활동들은 그동안 육아에 빠져 있던 나에게 새로운 활력을 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자녀에게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 이렇게 할 수 있구나. 이렇게 노력하며 꾸준히 할 수 있구나를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교재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 모습 속에서 아이는 부모님을 더 존중하게 될 것이고 부모님의 한 마디는 더 신뢰감 있게 다가올 것입니다. 내가 가지고 있던 모든 관심과 시선이 아이에게 가 있던 것을 이제 나 스스로에게 돌릴 시간입니다. 아이를 위해서도 그리고 갱년기를 준비하는 나를 위해서도 말입니다. 시간이 없어요. 집에 제가 해야 할 일이 많아요.라고 말씀하시지만 실제로는 용기가 아직 나지 않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더 용기 내시기를 권합니다. 그리고 아이가 태어나서 사춘기를 맞이하는 이 순간까지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셨으니까 그러셔도 됩니다. 내가 내 삶을 충분히 멋지게 살아가는 모습이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유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