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문제를 풀고 있는 아이에게 '그건 아니라고 했잖아' 라고 말하며 머리를 콕 쥐어박으려는 순간 내 손을 붙잡는 아이의 모습에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아무 말 하지 않고 나를 바라보는 그 눈빛에 약간의 원망과 미움이 담겨있는 것 같아 더 놀라고 당황했습니다. 내가 알던 아이가 아니었습니다. 순간 마음속에 ’어쭈 이 녀석 봐라. 컸네.‘ 라고 생각했지만 그날 하루 내내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어떤 불편함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동안 별생각 없이 했던 내 행동들이 아이에게 폭력이었다는 것을 알아차린 부끄러움에서 오는 불편함인지, 아이의 모습이 순간 너무 다른 아이 같아서 오는 당황스러움이었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어느 순간이 있습니다. '아이가 또 컸구나’라고 느끼는 순간이요. 그런데 그 순간 당황하여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고 불안한 마음만 커집니다. 방금 제가 그랬던 것처럼요. 그렇게 아이는 아이대로 엄마는 엄마대로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변화를 맞이하며 조금씩 멀어집니다. 예전에는 제발 빨리 커서 '엄마~'라고 부르는 것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 있었습니다. 하루 내내 들려오는 나를 찾는 소리에 지치고 힘들었을 때가 있는데, 어느 순간 엄마를 찾지 않고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귀찮게 물어봐야 한두 마디 들을까 말까 하는 순간이 오면 이것도 그렇게 좋지는 않습니다.
5학년 후반쯤 되면 아이들에게 이런 변화가 찾아옵니다. 1학기와는 또 다른 변화입니다. 사춘기의 절정이라고 말하는 중2를 향해 출발하기 시작합니다. 여자아이들은 한 반에 4~5명 정도는 생리를 시작합니다. 남자아이들의 얼굴에도 뭔가 생기기 시작하고 부쩍 목소리도 두꺼워집니다. 아이에게 이런 변화가 시작되는 것을 알아차리셨다면 부모님도 미리 준비하셔야 합니다. 선행학습은 아이들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춘기 아이를 맞이하기 위해 학부모님의 예습이 꼭 필요합니다.
사춘기를 맞이하는 아이가 있다면 딱 하나만 기억해 주세요. 아이는 원래 내 마음에 들 필요가 없다는 사실. 내가 아니니까요. 하나부터 열까지 다 마음에 안 드는 아이의 행동을 보며 '그래, 네가 내 마음에 들 필요는 없지. 너는 너니까.’라고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셔야 합니다. 부모의 마음에 맞는 아이를 키우려고 생각하지 않으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린 자녀를 키울 때는 내 손이 가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 사소한 것 하나까지 챙겨주어야 하고 아이도 엄마가 그렇게 해주길 원합니다. 이런 보살핌이 수년간 지속 되다 보니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아이를 나의 분신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아이는 나의 트로피가 아닌데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아이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고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아이가 사춘기가 시작되고 제2의 탄생이 시작되면 살짝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아이의 변화하는 모습 그대로 살펴봐 주세요. 저는 이 시기가 아이가 걸음마 하던 시기와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분명 넘어질 것 같은데 아이는 고집스럽게 혼자 힘으로 걸으려고 하고 엄마 손도 잡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거리에서 뒤뚱거리며 위태롭게 한 걸음씩 내딛는 모습을 보면 대견하기도 하고 불안한 마음이 들어 손을 내밉니다. 그 도움을 받아들이는 것은 아이의 선택입니다. 옆에서 늘 너를 도와줄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하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충분히 든든할 것입니다. 항상 품에 안고 있다가 스스로 걸으려는 아이처럼 사춘기 아이들도 이제 심리적으로 혼자 걷고 싶은 독립의 시기가 온 것입니다. 아이가 사춘기 시기를 겪을 때, 걸음마 하던 아이를 지켜보던 마음으로 옆에서 아이를 그 모습 그대로 세심하게 관찰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가 도움이 필요할 것 같은 순간 언제든지 손을 내밀면 잡아줄 수 있는 위치에 서 있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넘어질 것을 두려워해 걷지 못하게 하고 부모가 안고 갈 수는 없습니다. 그런 뒤뚱거림과 익숙하지 못한 아이의 걸음걸이 속에서 아이는 분명 스스로 걷는 법을 배우게 될 것입니다. 아이에게 충분히 실패할 경험, 새롭게 도전할 경험을 주셔야 합니다. 아이를 나와 분리하여 객관적으로 볼 필요가 있으며 이는 무관심이 아니라 오히려 세심한 관찰을 가능하게 할 것입니다. 저는 권영애 선생님의 [그 아이만을 위한 단 한 사람]이라는 책을 참 가슴 따뜻하게 읽었는데, 아이에게 나를 끝까지 믿고 지지해 줄 딱 한 사람만 있어도 그 아이는 어긋나지 않을 것이라는 겁니다. 그 아이만을 위한 딱 한사람이 바로 부모님이 되어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나의 아이를 조금 멀리서 있는 모습 그대로 존중하며 바라볼 마음을 장착하셨으면 마음의 준비는 마치신 것입니다. 이제는 머리로 아이를 이해해보도록 합시다. 사춘기 아이는 왜 이런 것일까요?
아이의 뇌는 리모델링 중
실제로 이 시기의 아이들의 뇌는 아주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보통 사춘기 시기의 뇌를 리모델링 중이라고 표현합니다. 아이들의 머릿속은 날마다 어수선하고 혼란스럽습니다. 그러나 이 시기를 잘 지내면 훨씬 확대된 멋진 집이 지어지는 것이고 구조가 튼튼한 집이 될 것입니다. 튼튼하게 잘 지어진 집에서는 성인이 된 이후에도 다른 상처나 실패에 훨씬 회복이 빠릅니다.
앞부분 '공부할 준비가 되었는지 마음 들여다보기'에서 우리의 뇌를 3층 집에 비유했습니다. 뇌는 세 개의 층으로 되어있으니 각각 완성되는 시기가 다릅니다. 생명유지를 담당하는 1층 ’뇌간‘은 이미 엄마 뱃속에서 완성되어 태어납니다. 감정을 담당하는 2층 ’변연계‘는 유아기와 청소년 시기에 완성이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 계획, 이성적인 판단, 감정 조절과 관련이 있는 3층 대뇌피질, 그중에서도 전두엽은 빠르면 초등학교 5~6학년 늦어도 중 1~2학년에는 사춘기에 접어들어 리모델링을 시작합니다. 즉, 사춘기 뇌의 리모델링은 3층의 전두엽과 관련이 있습니다. 아이의 사춘기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하셨다면 우리 아이의 전두엽이 지금 발달하는 과정에 있구나, 발달 장애나 뇌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고 정상적으로 자라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 리모델링은 여자는 보통 스물네 살, 남자는 서른 살이 되어야 완성된다고 하니 꽤 긴 기간의 공사입니다.
세 개의 층이 원활하게 소통해야 하는 상황인데 사춘기 기간에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성인이 되어서는 변연계가 전두엽의 통제를 받게 되는데 전두엽이 성숙하지 못한 사춘기 기간에는 의사결정을 변연계의 영향을 더 많이 받습니다. 2층의 변연계 중 감정에 관여하는 편도체는 항상 3층 전두엽보다 빨리 움직이기 때문에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 전에 흥분을 먼저하고 감정의 기복이 크게 나타나는 것입니다. 또한, 변연계에서 올라오는 다양한 감정들을 컨트롤 할 수 있을 만큼 전두엽이 성숙하여 있지 않아 스트레스에 취약하기도 합니다.
또한, 아이의 뇌가 지금 매우 많은 공사 중이기 때문에 충분한 영양섭취와 수면도 필수적입니다. 우리 아이가 왜 저렇게 많이 자나, 너무 게으른 게 아니냐고 생각하시기 전에 지금 굉장한 공사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해 주세요.
사춘기로 인하여 뇌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이해한다 해도 아이의 행동 중 어디까지 받아주고 어떤 것은 받아 주면 안 되는지, 도대체 언제까지 견뎌줘야 하는 건지는 항상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아이를 친절하며 그리고 단호하게 훈육하는 방법을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