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온쌤 Dec 12. 2020

왜 책을 읽어도 어휘력은 늘지 않을까?(1)

어휘력 향상에 독서가 중요하다는 것은 사실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당연한 전제와 같습니다. 그리고 저 또한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다양한 어휘력 향상을 위한 실천 방안 중 가장 우선이 되어야 하는 것 한 가지를 꼽으라면 독서라고 이야기하겠습니다. 그런데 독서의 중요성을 충분히 알고 아이에게 꾸준히 독서를 진행하는 분들도 어느 순간 ‘책을 읽는데 왜 어휘력이 특별히 좋아지는 것 같지 않지?’라는 궁금증을 가지시기도 합니다.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어떻게, 얼마나,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는 상태에서는 ‘공부를 열심히 한다.’라는 것이 굉장히 모호한 방법이 될 것입니다. 즉, 독서가 중요하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지만 얼마나 읽어야 하는지, 어떤 것을 읽는 것이 좋은지, 우리 아이가 지금 잘 읽고 있는지는 잘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독서를 해야 한다’라는 말이 공허한 외침이나 형식적인 구호처럼 느껴지는 것입니다. 좋다는 독서를 하면서도 마음이 불안하기도 하고 효과가 없는 것 같아 지속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아이가 책을 꾸준히 읽는 것 같은데도 어휘가 늘지 않는 것 같다면 다음 몇 가지 사항을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1. 충분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독서를 통한 사고력의 향상과 어휘력의 향상과 같은 효과는 아주 천천히 조금씩 나타나는 느린 작업입니다. 아이가 말문이 터질 때를 생각해보면, 엄마는 꾸준히 아이에게 다양한 언어 자극을 주지만 아이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눈만 말똥거립니다. 과연 내 이야기를 듣고는 있을까 싶었던 아이가 어느 순간 말문이 트이고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단어를 말하기 시작합니다. 내가 이런 단어를 말해줬던가 싶은 단어까지도 표현하는 아이를 보고 있으면 신기하기만 하지요. 지금 아이가 책을 읽는 것이 그렇습니다. 꾸준히 하나씩 쌓아 가는 중이며 지금 쌓는 어휘의 항아리가 가득 차서 넘치기 전까지는 외부로 아웃풋이 잘 나타나지 않습니다. 미국에서 200만 부 이상 팔린 ‘하루 15분 책 읽어주기의 힘’의 저자 짐 트렐리즈는 책에서 모르는 단어를 익히려면 열두 번은 봐야 그 단어를 완전히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열두 번의 만남이 이루어진 이후에 퍼즐 조각이 완성되며, 저절로 이해되고 기억 은행에 저장된다고 합니다. 우리는 그 열두 번의 단어를 아이가 충분히 만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첫째 아이가 1학년 때, 저의 가장 큰 고민은 그림책에서 줄글 책으로 넘어가기가 참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10여 년의 교직 생활을 통해서 독서의 중요성과 힘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이를 키울 때도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독서 교육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는 저의 생각과 다르게 책을 읽는데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읽고 나서도 물어보면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 속이 답답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또래 아이들이 읽는다는 책을 전혀 읽지 못하고 읽기 수준이 낮았습니다. 그것을 인지한 순간부터 날마다 꾸준히 책 읽는 시간을 정해서 읽기를 시작했습니다. 아이의 수준이 그림책 수준이어서 자신이 좋아하는 책 위주로 날마다 3-5권의 책을 소리 내어 읽도록 하였습니다. 한글을 읽을 수 있는 것과 책의 내용을 이해하며 읽는 것은 서로 다른 내용입니다. 사실, 처음에 아이에게 소리 내어 읽으라고 했던 것은 아이가 정말 잘 읽고 있나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저녁을 준비하며 아이의 책 읽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저의 불순한 의도와 다르게 실제로 책을 ‘소리 내어 읽게’ 하는 것은 매우 좋은 방법입니다. 아이도 눈으로 읽을 때보다 더 많은 집중을 하게 되며 손으로 하나씩 짚어가며 정확하게 소리내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 3권을 읽고 1~2학년 공책에 오늘 읽은 책 3권의 제목을 적는 것이 아이의 하루 공부 중 일부입니다. 

  날마다 밥을 먹는 것처럼, 양치를 하는 것처럼 아이에게 꾸준히 책 읽는 것을 요청하였습니다. 보통 아이에게 ‘억지로’ 책을 읽게 하는 것은 커서도 아이가 책을 싫어하게 만든다는 생각에 책을 읽으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부모님도 많습니다. 그러나 아이가 싫더라도 운동을 해야 하고, 양치해야 하고, 밥을 먹어야 하는 것과 같이 아이에게 꾸준히 책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읽을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아이가 익혀야 할 하나의 기본 습관입니다. 아이가 커서 엄마가 억지로 먹으라고 해서 밥 먹는 게 싫다는 사람이나 양치하는 게 싫다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반복되는 과정에서 밥 먹는 것의 필요성과 양치하는 것의 중요성을 알게 되고 또 그 과정에서 내가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의 즐거움을 알게 되기도 합니다. 결국은 아이가 책을 읽는 즐거움을 알고 자발적인 독서가 이루어질 수 있을 때까지는 꾸준히 독서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책을 많이 읽을수록 잘 읽는 것은 당연한 현상입니다.

 소리 내어 읽던 아이가 어느 순간에는 집중하여 책에 몰입하기 시작합니다. 책을 좋아하지 않던 아이였지만 꾸준히, 계속 책을 읽다 보니 어느 순간 책을 읽는 것의 즐거움을 알아가는 것입니다. 아이가 4학년이 되는 어느 날부터 저는 아이의 어휘가 확연히 달라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단지 새로운 단어 한두 개를 더 사용하는 느낌이 아니라 아이가 처음 말을 배울 때처럼 전혀 다른 어투와 적절한 비유로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새로운 사람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의 경우 4년 만의 효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4년 사이에 한눈팔지 않고, 독서가 가장 최고의 방법임을 의심하지 않고 진행할 수 있느냐는 사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독서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과 함께 독서는 꽤 오랜 시간의 노력과 인풋이 있어야 함을 인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한 달 과외나 속성 족집게 과외 같은 것이 통하지 않는 느리고 명확한 길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2020.3.11.일 발표한 [2019년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에서 학생들은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본인의 독서량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초 29.9%, 중 56.7%, 고 59.9%) 학생들의 책 읽기를 방해하는 <독서 장애 요인>으로 27.6%가 학교나 학원 때문에 책 읽을 시간이 없어서, 22.0%가 책 읽기가 싫고 습관이 들지 않아서라고 답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을 충분한 시간을 먼저 할애하시기 바랍니다. 지금이 아이에게는 독서에 시간을 할애하기 가장 여유 있는 시간입니다. 초등학교야말로 독서에서 가장 결정적인 시기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두 번째 출판 계약서가 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