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온쌤 Mar 01. 2021

엄마의 프로필 사진은 왜 꽃밭일까

집에 있는 오래된 파일을 뒤적이다 사진 하나를 찾았다.

내가 6-7살 되었을 때 유치원에서 생일파티했던 사진이다.

예전에 이 사진으로 그때의 기억을 떠올렸었는데 그 기억이란 '나'의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이었다.

정말 오랜만에 다시 사진을 마주하니 이번에는 꽃처럼 젊고 예쁜 '우리 엄마'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우와, 우리 엄마 예쁘다.

손가락으로 사진 속 엄마의 나이를 계산해보니 30대 초반이다.

지금 내 나이보다 훨씬 젊은 나이의 엄마를 만나니 신기하다.


그때 내 기억 속 엄마는 항상 어른이었고 강인했으며, 엄마가 너무  나이가 빨리 느는 것 같아 싫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엄마는 정말 젊은 새댁이었다.


사진을 찍어 엄마에게 전송했다.

'엄마, 봐봐~ 엄마 예쁘다.'라는 나의 카톡에

엄마는 '딸 생일잔치한다고 꼬까 한복 해 입었었는데'라고 하셨다.

같은 사진에 전혀 다른 기억이다. 나는 이날 엄마가 나에게 쓴 편지를 읽어줬던 것, 지금으로 치면 공개수업처럼 역할 놀이 수업을 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

엄마에게 이 날의 기억은 ' 딸의 생일 파티를 위해 준비했던 엄마의 노력과 기대의 시간'이었다.

그 시절 우리 엄마는 어땠을까. 큰 아이의 유치원 생일파티.

설레고 기쁘고 떨렸을까?

그냥 시큰했다.


아이들과 5월 어버이날 카네이션 꽃다발을 접으면서 '엄마 아빠의 눈부신 젊을 날, 저라는 꽃을 피워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문구를 써서 보낸 적이 있다. 

엄마의 가장 젊은 날, 가장 예쁜 날들을 '누구의 엄마'로 최선을 다해서 사셨던 우리 엄마를 나는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엄마가 나이 들어가는 것이 보이고 아파하는 곳이 많은 것들을 보면서 나는 좀 더 어른스럽지 못하고 그때의 7살 아이처럼 떼쓴다. '엄마, 아프지 마~. 나는 엄마 없으면 못 살아.'라는 떼를 쓰는 것이다.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이 있는지 항상 잘 모르겠다.


언젠가 티브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가수 김진호의 노래 '엄마의 프로필 사진은 왜 꽃밭일까'라는 노래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이야기한 것을 들은 적이 있다.

활짝 핀 꽃들을 보며 그동안 잊고 있었던 '본인'의 시간들을 추억하고 그리워하는 것이 아닐까.

모든 것이 다 생그로울 때 나이 들어가고 생기를 잃어가는 것에 대해 잊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닐까.


첫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애쓰느라 본인을 잊고 살았던 우리 엄마의 현재가 더욱 풍성하고 아름다운 꽃밭이었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그놈의 DT가 뭐라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