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책을 쓰겠다는 생각과 계획을 해 본 적이 없는 내가
코로나로 인해 힘듦이 바닥을 치고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을 만큼 버거울 때,
우연히 만난 기회로 책을 쓰게 되었다.
그때 쓰는 글은 나에게는 위로였고 힐링이었다.
어떻게 써야 좋은 글이 되는지에 대한 생각 따위도 없이 그냥 계속 썼다. 고민하고 찾아보고 또 썼다. 정말로 글을 쓰며 온전히 숨을 쉬는 듯한 느낌을 받았으니 탈출구였던 셈이다.
그 책이 우여곡절 끝에 나왔고 사람들에게 내놓은 지 한 달이 좀 지났다.
책 하나 나온다고 해서 달라지는 거 하나 없다는 누군가의 이야기와는 좀 달랐다.
책이 나오고 나서 새롭게 접하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1. 우선 영상이라는 것을 찍었다.
몇 번을 주저하고 할까 말까를 망설였던 일인데 결국 하게 되었다. 친한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수다 떠는 것을 좋아하지만 실은 나는 참 부끄러움이 많고 낯을 가리는 사람이다.
분명히 여러 사람 앞에서 이야기하다 보면 또 염소 목소리를 낼 것 같은데, 어쩜 이런 결정을 했는지 나도 모를 일이다. 그냥 내 책이 아무도 모르는 채로 지나가면 좀 아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나 보다.
두 개의 영상을 찍었고 편집이라는 멋진 기술 덕에 중간에 이상한 이야기들은 삭제된 채로 꽤 실수 없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나왔다. 어찌할 바 모르는 눈동자와 덜덜 떨고 있는 손은 내 눈에만 보이는 걸까?
편집된 영상을 받고도 한참 동안 내 모습을 보지 못했다. 부끄럽다.
2. 눈 뜨면 온라인 서점의 판매지수를 살핀다.
이렇게 '숫자'라는 것이 사람을 연연하게 만들 줄이야. 그 숫자가 다 뭐라고. 책을 내기 전에는 yes24와 알라딘에 판매지수라는 것이 있다는 것도 몰랐다. 책을 사기 위해 그렇게 자주 들락거리면서도 화면 속 그 '숫자'는 한 번도 내 눈에 띄지 않았었다. 그런데 눈 뜨고 나서 제일 먼저 판매지수를 확인하더라. 다행히, 내가 마음속으로 바라던 판매지수를 넘겼다. (아, 만 만 넘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했었다) 3쇄를 찍기도 했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한 네이버 카페에서 내 책으로 공구를 진행한다는 이야기를 편집자님께 전해 들었다. 쓰지 않았으면 전혀 모를 이 세계를 살짝 엿보고 있는 것 같아 늘 신기하다.
3. 글을 쓰는 것을 꾸준히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사실, 책을 쓰면서 내가 가장 기뻤던 것은 새로운 습관이 생겼다는 것, 앞으로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함께 해도 괜찮을 것 같은 좋은 습관이 생겼다는 것이다. 늘 마음속 한구석에 일기라도 좀 쓰자, 읽은 책 좀 기록하자,라고 숙제처럼 미뤄두었던 것이 날마다 기록하는 습관, 쓰는 습관을 들이게 된 것 같아서 좋았다.
쓰려고 마음먹으면 오늘 있었던 사소한 일까지도, 그 순간의 감정까지도 다 글감이 되는데 쓸 생각이 없으면 항상 '쓸 일도 없는 것' 같다.
그냥 지나치는 이 순간의 학교와 육아와 나의 고민의 문제들을 꾸준히 바라보고 생각해 보고 싶다는 욕심이 조금 더 생겼다. 하나하나 흩어지는 경험이 아니라 차곡차곡 분류되고 모이는 경험이 되었으면 좋겠다. 읽고 배우고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