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꿈과 현실

꿈을 많이, 자주 꾼다. 그리고 그게 현실인 줄 착각한다.

by empty

잠을 못 잔다. 갑자기 잠을 못 자는 것은 아니었고 꽤나 어렸을 때부터 못 잤던 것 같다.


그것이 언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나의 생활패턴과 자기 전 습관들을 보니 20대가 훌쩍 지나있었다. 20대 초반에는 그래도 그냥저냥 잘 잤던 것 같은데 이제는 술과 약이 없으면 잠에 못 드는 지경까지 와버렸다. 먹는 약은 일반 감기약인데 이 약을 성인이 되고 나서부터 먹기 시작했던 것 같다. 약국에서 구하기도 편하고 특히 내 몸에 더 잘 맞았다. 감기약은 결국 계속해서 몇 년 동안 반복해서 먹으면 몸에서 받지 않는다거나 몸이 거부를 한다거나 약 기운이 잘 올라오지 않는다거나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약은 십 년 가까이 먹어도 몸에서 거부하지 않는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먹고 있다. 최근에는 해외직구로 산 제품을 국내에서 중고거래를 통해 용돈 정도의 돈을 벌었는데 그때 내가 처음으로 한 행동이 약국에서 눈치 보지 않고 약을 사는 것이었다. 대개 약국에 가면 끼워팔기를 하려는 사람들이 많았어서 경계심이 아주 가득하거나 "이건 됐어요, 이건 괜찮아요 빼주세요"라거나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그날은 유난히 여유로웠던 하루였는지 들어가서 당당하게 약 두 개 주세요- 하고 가격 상관없이 카드를 턱- 내밀었다. 그래 봤자 5천 원을 결제한 거지만 나 나름대로 굉장히 기분 좋았던 일로 기억하고 있다.


매번 주위를 살피고 모든 것에 귀를 기울이는 성격으로 모르는 것이 있으면 괜히 불안해지고 무서워지고 떨린다. 누군가 문을 열고 닫을 때, 누군가 대화하는 소리, 누군가의 옷에 들러붙은 머리카락 몇 올, 당장이라도 풀릴 것 같은 운동화 끈 등 모든 것에 신경이 날카로운 상태다. 놀랍게도 이것이 디폴트 값이라서 누가 이렇게 하라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모든 것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사실 이건 정말 피곤한 일이다. 피곤한 일을 넘어 에너지 소비가 계속해서 되고 있다는 건데, 비유하자면 자동차가 공회전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핸드폰 배터리 절약 모드를 끄고 충전하면서 핸드폰 화면을 가장 밝게 켜서 24시간 내내 돌아가고 있는 그런 느낌일지도 모르겠다. 아, 코인 채굴하는 컴퓨터라고 생각하면 알맞겠다!


그나저나 꿈과 현실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왜 갑자기 감기약까지 오게 된 건지 모르겠다.


꿈을 자주 꾼다. 내 생각보다도 더 많이 꾼다. 그런데 그 꿈을 현실로 착각한다. 그렇다고 그것이 몽유병인 것은 아니다. 단순히 꿈을 많이 꾸는데 오늘도 꿈을 꾸긴 했다. 늘 꿈은 제대로 기억나는 법이 없다. 꿈은 잘 모르겠지만 출근을 하려면 8시나 늦어도 8시 20분에는 일어나서 준비를 해야 하는데 무언가 느낌이 싸한 느낌이 들어서 시간을 보니 6시 48분이었다. 하지만 그게 꿈을 꾸다 급작스럽게 일어나서 정신이 없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시간을 보고 5초 정도 벙 쪘다. 아, 늦었나? 늦었네? 하면서 머리를 돌리다가 결국 아, 아니잖아 하고 다시 누워서 잠에 들었다.


사실 별 일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상황이 나의 삶에 일부분이 되어버린 것 같아 속상하다. 매일 무언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마음이 불안해지면 핸드폰 시계를 보고, 1분 1초를 걱정하고 염려하게 된다. 잠자리에 편히 들더라도 이내 다시 깨거나 계속해서 시계를 본다. 시간을 찾아보게 된다. 하루는 정말 오래 잔 것 같은데도 시계를 보면 5분, 15분이 지나있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럴 때 옆에 누군가가 있다면 왜 그렇게 잠을 못 자고 뒤척이냐고 걱정 어린 말을 해준다. 난 그게 너무나도 익숙하고 잠을 못 자는 것이 익숙한 사람이라고 이야기는 하는데 그 이야기를 하루는 엄마에게 한 적이 있다. 잠을 못 자겠어서 약을 먹고 자는데 고통스럽고 괴롭다고 이야기를 했을 거다. 그랬더니 돌아오는 말은 "네가 하루 종일 움직이지도 않고 누워만 있으니까 그렇지"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셨는데 어느샌가 걱정 어린 말로 최대한 잠을 편하게 잘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곤 했다. 전기장판을 깔아준다던지 이불을 두 개 세 개 가져다 놓으면서 춥지 않게 해 준다던지 그런 환경들을 만들어줬다.


혼자 나와 사니까 이런 것들도 소중한 추억이구나 싶다. 이제는 꿈을 그만 꾸고 싶다. 그 꿈들이 하나같이 좋은 꿈들이 아니니까 매일 잠에서 깬 후 꿈이 기억나면 인터넷에 꿈 해몽을 찾아보면서 찜찜한 기분을 해소하려는 그 과정들이 생각보다 힘들고 지친다.


하루는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는 꿈을 꾸기도 하고 누군가와 싸움을 하고 있는데 주먹이 내 마음대로 나가지 않는 경우도 있었고 너무나도 빠르게 달리고 싶어 하고 자세까지 취했는데 뛰기는커녕 슬로모션에 걸린 듯 나무늘보처럼 걸어가는가 하는 반면 칼을 든 누군가에게 쉴 새 없이 쫓기다 칼에 찔리고 온 몸이 베어져 나간 그 모습이 생생해서 땀을 흘리면서 깼던 적도 있다. 갑자기 윗니 어금니가 빠져서 그 상태로 생활하는 꿈을 꾸기도 하고 아무튼 정말 다양하게 꿈을 꾼다. 꿈도 추억이라고 하면 추억이 쌓이니까 다행이라고 생각하겠는데 막상 본인은 그렇게 생각할 수가 없다. 좋은 꿈보다 좋지 않은, 너무나 괴로운 꿈들이 많았기 때문에. 꿈 해몽을 보면 가족들이 잘 풀릴 꿈, 본인 앞길의 문제들이 해결될 꿈이라고 허영심에 가득 찬 꿈 해몽을 적어내지만 결국 아무 소용도 없다. 그냥 나만의 의심이 사라지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너무 고통받던 와중 박나래가 수면검사를 받는 것을 보고 나도 저거라도 해봐야겠다-생각이 들어 가격을 찾아보니 350만 원이었나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일찌감치 포기했다. 그 돈이면 수면치료가 아니라 금융 치료가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 돈이면 라이카 카메라를 사거나 내 손에 무언가 남는 것을 사고 말겠어-


여하튼, 오늘도 약 때문에 비몽사몽 하지만 꿈이 기억 안 나서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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