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그런 사람일 줄 몰랐던 p.

이승철 -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by empty

&_ 글은 누군가를 관찰하고 친밀감이 쌓여 그의 장점만을 부각하고 일깨워주고 싶다는 일념으로 시작을 하게 되었지만 생각보다 친밀감을 쌓을 수 있는 기회는 많이 없는 것 같아 아쉽다. 아쉬워도 어쩌겠는가. 그럼에도 헤쳐나가야겠지-


p는 완벽하게 내 예상을 빗겨나간 사람 중 한 명이다. 어떤 이미지가 잘 어울릴까 글을 쓰기 전에 생각을 한참 동안 해봤는데 결국 답은 내려지지 않았다. 사실 인터넷으로 짤을 찾고 있었는데 문득 그런 짤을 보면 p에 대한 이미지가 굳어버리게 될 것 같아 따로 첨부는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중에라도 궁금한 사람이 있다면 스리슬쩍 짤을 추가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테니 궁금하신 분은 댓글을!)


첫 이미지가 나에게는 굉장히 인상 깊었다. p를 처음 마주하게 된 것은 미팅룸이었다. 스토브리그라는 드라마가 한창 유행할 때, 나는 그 드라마를 정말 수도 없이 봤다. 스포츠 종목에서 일컫는 스토브리그는 각자 팀의 담금질 기간에 누군가를 영입하고 방출하는 일종의 개막 전 준비기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을 바탕으로 만든 드라마인데 이 드라마를 정말 재미있게 봤다. 남궁민이 주연이어서 더 재밌었는지도. 여하튼, 스토브리그 마지막 화를 보면 이제훈이 스타트업 ceo로 나와서 야구단을 인수하는 장면이 나온다. 팀의 구단주였던 남궁민의 야구 구단을 매각하기 위해 이제훈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며 어필하는 장면이 내가 p를 마주했을 때 느꼈던 감정과 정말 비슷했던 것 같다. 나 역시 p와 마주하며 이야기를 주고받고 서로의 물음표를 던지기 이전에 한 회사의 대표와 새로운 직원으로서 마주하는 것은 나에게 꽤나 두렵고 무섭고 불안한 일이었다. 이 사람에게 인정받지 못한다면 이곳에서 쫓겨날 수도 있겠구나 하며 불안감에 떨었었다. 미팅 자리에는 p와 나를 포함해 총 4명이 있었는데 그럼에도 무척이나 떨렸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서 그런가 p에 대한 첫 이미지는 무섭고 차가웠다. (위에서 나온 짤을 여기서 사용하고 싶었다. 힌트는 배우 박성웅이다.)


차근히, 조곤조곤 말하는 p를 보며 '아, 쉽지 않겠구나. 무섭고 굉장히 철학적이고 상하관계를 지향하는 사람인 것 같군.'이라며 혼자 생각을 계속해서 되뇌었다. 그때도 그렇지만 지금도 p와 대면할 수 있는 상황은 그리 많지 않지만 처음 만났을 때보다는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있고 어떠한 문제나 철학, 생각을 들을 수 있는 자리가 있었어서 p를 관찰하고 싶어졌다. (누누이 말하지만 나는 남자로서 이성을 좋아하고 여자 친구를 사랑한다.)


가장 눈에 띄는 모습은 '사람이 참 차분하다'라는 감정이었다. 사람은 보통 회사를 다니면서 성격이 영 좋지 않은 쪽으로 변한다고들 한다. 상사의 압박이나 잔소리, 눈치 등 많은 것을 고려해야 하는 대한민국의 회사원으로서 많은 부담감과 스트레스를 지고 살아가지만 p는 그런 모든 것에서 해탈한 것 같은 아우라가 느껴진다. 물론 한 회사의 대표로서 (아직 조직도를 알지 못하지만 나에게는 대표님이 맞는 거겠지) 조금 더 여유롭거나 그럴 수 있지만 p는 다른 사람들을 항상 생각하고 먼저 배려해준다. 이야기를 나눌 때도 조급하지 않고 천천히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며 그에 맞는 이야기를 해준다. 어디선가 읽었는데 퇴사를 고민한다면 주저 없이 p를 찾아가 조언을 구하라고 하는 글이 있을 정도이다. 퇴사와 창업을 동시에 장려하는 아이디어 뱅크라고 했다.


많은 것을 느끼고 경험했다는 것이 이야기를 몇 마디 나누어보면 누구라도 알 수 있고 느껴진다. 이렇게까지 찬양(?)하는 이유는 잘 보이고 싶어서가 아니라 사실 p와 이야기를 많이 나누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내가 느낀 감정만 적고 있다.


하루는 p와 점심식사를 같이 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기회라고 굳이 적는 이유는 p를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일을 하는 것과 아는 상태에서 일을 하는 것의 마음 안정도가 남다를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일을 하기 위해서는 전반적으로 회사의 방향과 이끌어가는 리더의 생각 등이 너무나도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큰 마음은 이런 회사를 만들고 이끌어나갈 수 있다는 p의 생각과 철학이 너무나도 궁금했다. 강남의 한 초밥집에서 밥을 먹으면서 너무나도 떨리는 식사자리가 시작됐다! 사실 나에게는 상사와 밥을 먹는 시간이었을지 모르겠지만 초밥에 맥주까지 먹으면서 오히려 부담스러워하고 초조해 보이는 나를 안심시켜준 건 p였다.


초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콧구멍으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긴장을 하면서 먹었다. 그래도 맥주는 잘 넘어가서 다행이었다. 술을 좋아해서 그런지 초밥보다 맥주가 더 눈에 들어왔다. 같이 마시면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솔직한 마음으로 p는 나에게 관심이 일절 없는 사람일 거라고 짐작했다. 사회에 찌든 사람들이라면 어느 정도 공감할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한 회사의 리더는 갓 들어온 신입 직원에게 관심이 없다.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큰 관심이 없다. 내가 겪어왔던 곳의 리더들은 하나같이 관심보다는 어떻게 일 처리를 하고 있는가, 회사에 도움이 되는가, 회사 내 불화를 조장하지는 않는가 하는 틀에 박힌 생각들만 하곤 했었다.


p는 관심을 가져주고 긴장해서 말도 버벅거리고 더듬는 나를 기다려줬다고 느꼈다. 나는 밥 먹을 때 말을 하면서 먹으면 밥을 못 먹는 스타일인데 이야기에 너무 심취해있어서 밥을 정말 먹는지 안 먹는지 몰랐다. 밥 먹으면서 이야기 들어도 된다는 말을 듣고 그제야 초밥을 보니 p는 거의 다 먹어갔고 나는 6개 정도가 남아있었다. 우동에는 거의 손도 못 대고 바들바들 떨면서 국물을 서너 번 떴을 정도다. 누군가를 만나고 대면하는 것은 나에게 너무나도 크고 떨리는 일이 되어버렸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해서 모든 말이 기억나지 않지만 오히려 나를 편안하게 해 주고 리더라는 이미지보다 나를 응원해주는 이름 모를 봉사자라는 느낌이 더 강하게 와닿았던 것 같다. 첫 이미지는 정말 차갑고 서울깍쟁이(?)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아마도 순한 젤리 같은 모습의 포켓몬이 어울릴 것 같다. 아, 메타몽이 어울릴 듯하다.


아마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p 죄송합다..


내 기억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메타몽은 전신의 세포를 재구성해 본 것과 똑같이 모습을 재현할 수 있다. 그런 의미라면 p는 더더욱 메타몽이 어울린다. 어느 사람한테라도 차별을 두지 않고 모두 다 아우르는 그런 따듯한 메타몽이지 싶다. p는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은 아닌 듯 하지만 메타몽은 귀여우니까. 아무튼, 이 시리즈의 글들이 러브레터 혹은 찬양글 혹은 사바사바 글로 변질되어가는 것 같은데 그런 것이 아니다. 나도 사람을 만나는 것이 좋지만 아직은 낯설고 느껴보지 못했던 영역이라 어색하지만 이렇게라도 사람이 좋고 좋은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나누고 퍼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시리즈물로 이어나갈 것이다.


잘 부탁합니다, 메타몽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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