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mpty Jun 27. 2022

#101. 낭떠러지

매일 하는 말이지만 나의 요즘과 나의 매일은 엉망진창이다. 차라리 군대에 있거나 교도소에 수감되어있는 사람이었더라면 한 편으로는 마음이 편했을까 싶은 생각도 드는 요즘이다. 늘 선택을 해야만 하는 사회와 선택을 하지 않으면 강요당하는 사회가 싫어졌다. 누구보다도 요즘 더욱더 무기력하다. 무력한 사람이 되었다. 무색무취.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무언가에도 비추어지지도 않는다. 차라리 투명인간이 되는 것이 더 낫겠다 싶은 생각이 드는 요즘이기도 하다.


햇빛이 인간에게 얼마나 큰 존재였는지 깨닫게 된다. 장마가 시작되니 햇빛을 볼 수 있는 날이 많이 없어졌다. 늘 구름 속에만 숨어만 있고 고개 한 번 내밀지 않으려는 듯 꽁꽁 숨어있다. 나도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다. 숨어서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게 숨었으면 좋겠다.


여담이지만 어제 열한 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을까 자정이 지난 시간이었을까 모르겠지만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있었다. 그 시간에 누군가가 노크를 한다는 것이 의심스러웠고 무서웠다. 티브이를 끄고 문을 열고 나가니 무슨 경찰이 서있었다. 너무 시끄러워서 신고를 받고 출동을 했다고 한다.


내가 사는 집은 고시원이 아니라 일반 원룸이다. 하지만 옆 방이랑 다닥다닥 붙어있긴 하지만 크게 소리를 지르면서 놀고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냥 일반적인 소음이었으리라. 심지어 경찰은 저희가 얼마나 시끄러운지 밖에서 들어봤는데 좀 시끄럽긴 하다면서 조용히 해달라고 했다. 집주인이 찾아와서 조심해달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경찰이 왔다는 게 한동안 넋이 나갈 정도로 아무 생각이 안 들었다. 물론 함께 있던 여자 친구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을 거다. 너무 어이가 없고 화가 나는 상황에서 주체할 수가 없었다. 같은 층에서 살고 있으면 직접 찾아와서 말을 하던가, 말을 하는 게 부담스럽고 껄끄러웠더라면 메모라도 적어서 문에 붙여두었으면 적어도 이렇게까지 화가 나거나 하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너무 당황스럽고 화가 가득했다.


요즘의 나는 그냥 그렇다. 화도 많고 예민하고 온 사방으로 리소스가 돌아가고 있는 기분이다. 이 난관을 어떻게 이겨내야 할까 싶기도 하다. 어떡하면 좋을까. 매번 신경 써야 하는 것들이 많다. 그래서 항상 녹초가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녹초가 되어버리곤 한다.

작가의 이전글 #100. 본인보다 나은 사람을 만나려고 한다면서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