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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Jul 05. 2022

#105. 어미와 자식 간의 상관관계

부모 마음을 자식이 알 수 있을 리 없고 자식 마음을 부모가 알 리 없다. 그럼에도 나는 자식과 부모의 관계는 아픈 관계가 아닌 환경을 만들고 싶었을 뿐이다. 하지만 모든 세상이 그러하듯 작고 작은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렇게 되니까 세상에서 멀어지고 떨어지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런 이유로 회피성 성격을 가지게 된 것 같다.


부모의 잔소리가 싫어서 집을 나오게 됐고 서른 살이나 먹은 자식이 설거지나 음식을 해 먹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마냥 어린양 취급을 하는 게 너무나도 싫었다. 단순히 싫다는 이유가 아니라 그런 이유로 나 자신의 살아온 모든 시간을 부정하게 만드는 것이 싫었다. 밥은 한 끼 먹지 않아도 상관없었고 하루 씻지 않고 청소하지 않는다고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부모님은 왜 항상 밥을 혼자 차려먹지 못한다는 이유로, 온갖 이유를 들이밀면서 억압하려고 했던 건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나보다는 최소 3-40년은 더 살아온 사람들이니 그들이 생각하는 것이 맞다고 어쩌면 당연하게 생각하고 새로운 시대의 신인류를 받아들이지 못할지도 모른다.


항상 그렇게 살아왔기에,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기에 그들의 정체성과 생각을 고스란히 다음 세대로 넘겨주면서 세뇌를 시켰던 건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래도 엄마와 사이좋게 지냈고 내가 가지고 있는 감정들이 어느샌가 엄마에게서 고스란히 넘겨받았구나라는 생각을 들게 했다. 나에게 그런 무수한 감정들을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준 엄마를 탓하거나 책임을 돌리고 싶지는 않다.


그런 감정들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누구보다 이타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고 더욱더 많은 리소스가 소비되겠지만 그럼에도 다양한 감정을 글로써 휘발할 수 있다는 것도 꽤나 감사한 일이다. 나는 엄마에게 늘 그리고 영원히 감사한다.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랑했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피가 섞인 친인척을 포함한 모든 이들 중 가장 큰 사랑을 느끼고 주었던 사람이 엄마다.)


어미와 아비와 자식 간의 거리는 좁힐 수 없다. 이해관계를 좁힐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해지고 있는 것은 그 거리가 아주 미세하게 서로가 서로를 밀어내고 있다는 느낌은 든다. mz세대의 미디어를 보고 느끼고 가장 가까운 사람과 부모의 관계를 가까이서 지켜보았을 때 무지막지한 쇼다운(?)이 일으키지만 결국 서로가 서로에게 괴리감을 느껴 사라질 수밖에, 서로를 조금씩 밀어내기 시작한다.


세대가 바뀌면 생각보다 큰 고통이 따른다는 것을 요즘 느끼곤 한다. 나는 독립한 지 1년 정도 되어가는데 여기서도 정착하질 못해서 이 집 저 집 알아보고 떠돌이처럼 방황하면서 산다. 그런 돈만 아꼈어도 나는 지금보다도 더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나 자신이 후회스럽고 바보 같지만 혼자 나와 사니 어쩔 수 없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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