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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Jul 04. 2022

#104. 마지막의 도래

요즘 들어 다시금 깨닫고 있다. 나는 아직도 회사생활이 부족하고 모자라고 사회성이 굉장히 결여된 사람이라는 것을 잊고 살았던 것 같다. 사회성도, 인류애도 부족하다. 아니, 부족하지 않은 것이 뭐가 있을까. 항상 남들에게 피해를 주고 살아가는 것 같다. 어쩜 이럴까 싶을 정도로 괜찮지 않은 감정들만 가득하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이어나갈 수 없고 나만 들어도 되는 가득한 짐을 주위 사람들에게 흩뿌리고 다니는 것 같다. 그것조차 나는 민폐라고 생각을 하고 있고 어떠한 방식을 차용하더라도 나에게 효과적으로 능동적으로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다가도 내가 이런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이 옳지 않다는 생각이 가득하고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나는 지금 해야 할 일들의 무수히 많은 짐에 무너지고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한다면 이 정도의 업무량은 누구라도 해낼 수 있을 정도의 업무인데 고작 이런 업무량으로 무너지네 마네 한다는 것도 웃기다.


남들은 나와는 차원이 다른 정도의 수준급의 업무 소화능력을 가졌다. 내가 뭘 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제대로 된 업무를 하고 있긴 한건 지도 궁금하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걸까. 이들에게 불편함과 불만, 짐만 나누어주고 나 자신을 짐짝 취급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싶다.


고작 이런 것도 못하면서 나는 왜 사회로 나온 걸까. 나는 왜 회사와 사회라는 곳에 나와서 여러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걸까. 그렇지 않다고 그런 거 아니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그 말을 온전히 믿지는 않는다. 당연히 해내야 할 일이라고 치부하는 듯하고 알게 모르게 눈치를 받는 것 같다. 어떡해야 할까.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다. 이런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나 혼자 끙끙 앓고 있다가 글로 휘발시키는 나 자신이 너무나도 못됐다. 이제는 글을 쓸 에너지도 없고 기력도 없다. 집중력도 없고 기운이 없다. 그런 내가 올바른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까. 아직까지도 누군가에게 아니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지는 않을까.


마지막이 도래한 것 같다. 이런 말이 참 오글거리고 낯부끄러워지는 말이지만 마지막으로 하나 둘 걸어가는 것 같다. 마지막이라는 것은 확실한데 다시금 새로운 시작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속이 썩어 문드러지는 것 같다. 내 속만 썩으면 상관없겠지, 남들은 이런 힘듦과 아픔, 스트레스로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강인함에 쉽사리 이야기를 꺼내지 못한다. 그들은 당연히 이겨낼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냥, 그냥 그런 느낌이 든다. 그들과 나를 번갈아가며 돌아보면 항상 무너지는 건 내 쪽인 것 같다. 이겨내지 못한다고? 그럼 죽거나 포기해야지 뭐 어떡하겠어하는 것처럼.


비가 온다. 햇빛이 비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영원한 어둠이 도래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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