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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Jul 13. 2022

#. 마음이 강해지는 방법

어려서부터 난 늘 마음이 약하고 여리다는 말을 많이 듣고 자랐다. 엄마와 만나는 사람들마다 그런 말을 했다. 오죽했으면 내가 좋아하지 않았던 아빠와의 시간을 강제로 엄마가 만들어주기도 했다. 이유인즉슨, 내가 가지고 있는 성격이나 본질이 여성성에 조금 더 가까웠기 때문이다. 여성이 약하고 부족하다는 뜻이 아니라 여성들이 가진 정과 사랑이 남들보다 더 가득 하단 뜻이었고 이타적으로 살아오고 살아가길 바랐던 나는 너무나도 유약했고 부족했다. 남에게 잘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박으로 번지기도 했다. 잘해주지 않으면 큰일 나는 줄 알았고 세상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쓴소리를 원체 못하기도 하지만 그런 말을 하면 상대방과 연결된 끈이 끊어지는 기분이 들었었다.


그래서 나는 너무나도 유약했고 지금도 위태로운 삶을 살기 때문에 아빠와의 시간을 강제로 가지면서 남성성을 조금 더 배우길 원했다. 하지만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시간을 함께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불구덩이에서 함께 살아가는 듯한 기분을 받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빠라는 존재가 싫었던 게 아니라 보수적인 말투와 행동이 너무나도 지독히도 싫었다. 엄연히 이름이 있음에도 야, 너라고 부르기 일쑤였고 이리 와라 저리 가라 이거 해라 저거 해라라는 명령식의 말투가 너무나도 싫었다. 함께 있으면 명령에만 움직이는 나도 싫었고 그렇게 사람을 조종하는 듯한 말투만을 고집하는 아빠도 싫었다. 그 기대에 충족하지 못한다면 짜증을 내고 한숨을 쉬고 하는 모든 행위들이 나를 지치게 했고 사람을 멀리하게 만들었다.


그 여파는 어른이 되어서도 동일했다. 나에게 그런 행동과 말을 하는 사람을 싫어하기 시작했고 기피하고 멀리했다. 그것은 사회에서의 낙오를 의미하기도 했고 나 자신의 외로움을 더욱더 증폭시키기만 했다. 이것은 곧 마음의 유약함과 연결되었고 체인처럼 그 마음의 유약함이 사람과의 교류에 대한 부족함까지 이끌어냈다. 나는 사람과 의견 조율하는 것이 어렵다. 지금 나는 이사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중개사와의 조율도 필요하고 집주인과 잔금, 청소비, 이사날짜 등 조율할 것이 투성이지만 그들과 연락하며 소통하는 것이 너무나도 불안하다.


불안하다는 감정을 끊어낼 수 없다. 체인처럼 이어진 생각과 불안들은 이사를 하기 위한 짐을 싸서 당장 어딜 임시거처로 두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새로운 집 계약을 위한 발품은 어떻게 팔고 20일 전까지는 어디서 이 많은 짐들을 두고 살아야 하는지, 본가로 들어가자니 출퇴근 시간이 한 시간 반이나 걸리는 것에 대한 대책은 어찌 세우며 어떻게 해야 할지 너무나도 막막하다.


마음이 약하고 쉽게 무너지는 내가 어떻게 이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지 모르겠다. 지금은 지방에 내려와서 나름 휴가를 보내고 있지만 이 휴가마저도 나에게는 불안의 연속이다. 연차를 내려고 팀과 이야기를 하니, 서면으로 양식을 제출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회사를 그만두기로 했다.


내 인생은 왜 이렇게 오르막이 많으며 불안하고 위태로이 절벽 끝에 매달려있는 걸까. 정말 다 포기하면 마음이라도 편해질 텐데 나는 마음의 여유도 없고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리숙한 인간이 분명하다. 나잇값도, 성숙한 어른이 되기를 바랐던 나는 점차 사라져 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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