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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Jul 16. 2022

#. 스트레스에 굉장히 취약한 인간

얼마 전부터 왼쪽 턱이 통증이 심하다는 걸 깨달은 이후로 양치도 제대로 못 할 뻔했다. 누군가에게 맞았을 리는 당연히 없고 나는 자면서 기상천외한 일을 겪기 때문에 자면서 혹시나 내가 손으로 내 턱을 때리나?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내 행동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하면서 되돌아봤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내 턱을 내 손으로 때리는 일은 아무리 꿈이라고 해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고 원인을 찾기보다는 그냥 아픈 것을 어떻게 하면 나아질까 하는 생각에 평소보다 양치하는 것을 조금 더 신경 써서 할 뿐이었다. 마지막으로 찾아간 치과에서는 충치가 있는데 너무 늦지 않게 치료를 해야 한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혼자 사는 입장에서 월세를 내고 치과 치료를 위하 돈 백만 원을 당장 쏟아부을 여력이 없었기 때문에 알겠다고 하고 다음에 치료하겠다고 했다. 누나와 같이 살고 있는 엄마에게 이야기를 하니 돈 당장 보내줄 테니 치료하라고 했지만 그 큰돈을 덜컥 받을 수 없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덥석 받았겠지만 혼자 살다 보니 그리고 경제활동을 하다 보니 그 돈이 얼마나 큰돈인지, 그 돈을 벌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며 고생하며 온갖 수모를 겪으면서 번 돈인지 알기 때문에 받을 수 없었다. 그냥 당장 급한 일이 아니라고 둘러댈 뿐이었다.


그래서 당장 큰돈이 나가야 한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통증이 점점 심해지기에 집 근처에 있는 리뷰가 좋은 치과에 갔다. 턱에 이상이 있는지 치아에 이상이 있는지조차 파악이 안 되기 때문에 방문을 하자마자 엑스레이를 촬영해보고 이상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겠냐고 물었고 문진표를 작성하고 자리에 앉아있었다. 사진 촬영을 하고 사진을 선생님과 함께 봤는데 턱에는 이상이 없다고 했다(!) 사실 치아 통증보다는 턱이 아프다는 느낌을 계속 받았었는데 그게 아니라니 신기하기도 했고 바보 같기도 했다.


결론은 오른쪽 어금니 한 개와 윗니 사이 충치가 발견이 됐고, 전체적으로 이갈이를 너무 심하게 하는 탓에 치아 표면이 어느 정도 갈린 상태라고 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이를 꽉 깨무는 습관이 오래되어서 치아가 지속적으로 갈린다는 이야기. 그리고 충격적인 것은 당장 나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사실. 충치가 있으면 조금 더 신경 써서 양치질을 하거나 할 수 있었을 텐데 이런 경우에는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그나마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마우스피스를 끼고 자거나 이를 꽉 깨물지 않는 것이 유일한 대처방법이라고 했다. 그리고 뭐 충치 치료하면서 갈린 치아 위에 무언가를 씌워 대처하는 방법도 있다고는 했는데 굳이 추천은 안 한다고 했다.


그런 사실보다 치과에서 만난 선생님들이 친절했고 다른 병원들처럼 빨리 그리고 대충 처리하려는 모습이 보이지 않아서 나름 안심했다. 내 치아와는 별개로 그냥 치과를 잘 찾아냈구나! 하는 뿌듯함도 있었다.


그래서 사실 아직까지도 씹는 것이 너무나도 아프고 통증이 심하고 먹는 것도 가려먹어야 하는 정도이다. 음식에 별로 관심이 없기 때문에 그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곧 충치를 치료하면 큰돈이 나가야 한다는 불안감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이제 이사도 가야 하고, 이사 비용도, 청소비, 중개비 등등 나가야 할 것들이 투성이다. 그나마 한 가지의 위안은 대출이나 어딘가에 묶여있는 돈은 없다는 사실이다.


이게 과연 나에게 얼마나 큰 희망을 나타내는지 나 조차도 모르지만 그냥, 그게 유일한 위안거리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고 싶은 걸까 생각이 든다. 근본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보다 다시 태어나는 편이 훨씬 좋지 않을까. 아니 훨씬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하지만 나는 다시 태어난다는 것에 굉장히 회의적인 인간이라 다시 태어나고 싶지는 않다. 그냥, 무슨 문제가 터질 때까지 지켜보자. 


뭐 어떻게든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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