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mpty Jul 17. 2022

#. 무슨 정신으로 매일을 살아가는지

이 말보다 나를 더 잘 표현한 말이 있을까 싶다. 나는 요즘 무슨 정신으로 매일을 살아가는지 모르겠다. 이제는 정말 어딘가를 갈 때만 하더라도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고 머리의 리소스를 점점 더 많이 소비되는 것 같다. 정말 고통스럽다. 머리가 비워지질 않는다. 내 닉네임은 empty이지만 전혀 empty를 할 수가 없다.


요즘 들어 더 힘들다. 돈이 없어서, 형편이 어려워서 힘든 것이 아니라 돈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하나 둘 생기는 것 같아서 힘들고 지친다. 버스를 타면 버스를 타고 내리는 사람들을 보기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린다거나 길을 막고 있거나 출입문을 막고 있는 사람들을 볼 때면 점점 리소스 양이 많아지기 시작한다. '저 사람은 왜 저럴까? 저기 앞에 서있으면 안 되는 걸 모르나? 진짜 민폐고 양심이 없다'라고 혼자 생각을 하면서 그 생각이 끝맺음을 지을 수가 없다. 계속해서 리소스가 더욱더 많이 쏟아진다. 어떤 비유를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많은 물을 머금고 있는 저수지의 문이 조금씩 점점 많이 열리는 기분이다. 머금고 있는 물이 내 머릿속의 리소스라면 그 리소스들이 자꾸만 더욱더 심하게 쏟아져 나온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를 꽉 깨물고 혼자 버티는 것 같은데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없다. 집 밖을 나서는 순간 모든 것에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에 정말 미쳐버릴 것 같다. 사람이 점점 미쳐간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다. 남들은 단순히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나는 그게 너무나도 어렵다. 하나의 생각이 머릿속에서 터지기 시작하면 사방팔방으로 생각들이 뻗어나간다. 그런데 심지어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약을 먹고 강제로 잠을 재운다. 그러면서 집을 이사 가야 하고 핸드폰 상태가 좋지 않아 수리를 받으러 가야 하고 날짜와 시간이 맞지 않아 그것을 조율하려고 머릿속에서 나름 일정을 조율해보지만 그마저도 여유치 않다. 이 과정에서 제일 큰 문제는 1. 조율하려는 담당자가 눈앞에 있을 경우 2. 급하게 답을 내려줘야 하는 경우로 나뉠 수 있는데 담당자가 눈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내가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할 경우 그 시간이 생각보다 고통스럽다. 나를 보는 눈빛부터 분위기의 온도, 나와 담당자를 감싸고 있는 주변 환경, 주위의 다른 손님과 담당자들 등 모든 것이 나에게는 신경과 걱정거리로 가득하다.


정말 이러다 미치는 건 아닐지 걱정스럽다. 이 정도로 걱정이 되었던 적은 없었는데 점점 시간이 지나고 하루 이틀, 한 달 두 달이라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나 자신을 믿을 수가 없어지는 것 같다. 점점 불안해지고 작아지고 더욱더 날카로워지고 뾰족한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다. 정말 힘이 없다. 휴가를 다녀오고 휴식을 취한 것과는 별개로 나에게는 일상이 모두 스트레스고 불안함의 근원이다. 그것은 당연하게도 스트레스와 직면하게 된다.


이게 정신적인 문제인지, 타고난 기질인지, 부모님의 영향인지 주위 환경의 영향인지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내가 한국이란 급변하는 사회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지, 서울의 각박한 삶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지 나 자신의 본질적인 문제가 있는 건지 정말 알 수가 없다. 알고 싶지도 않다. 그냥 이런 시간들이 많아지면 무던해지겠지 지나가겠지 하면서 버텼던 세월들이 점점 쌓이는 걸 보니 당분간 조심해야 할 것 같긴 하다. 어떻게 대비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 대처 방법조차도 모르겠다. 이렇게 살아가는 게 맞는 건지 이렇게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 나 자신을 믹서기에 넣은 듯 갈아가면서까지 사는 게 맞는지도 모르겠고 나는 어떻게 이런 상황을 버티고 이겨낼지 엄두가 나질 않는다.


정말 요즘 나는 어떻게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걸까. 미쳐버릴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 스트레스에 굉장히 취약한 인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