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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Jul 26. 2022

무너지는데 아무도 붙잡지 못하겠다

나 자신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더 잘 느끼고 있는데 내가 이런 상황이라고 누구에게 하소연을 할 수가 없고 아무에게도 말을 할 수가 없다.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하소연을 하고 내려놓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상대가 있는 반면, 나처럼 주변에 아무도 없다면 그것조차 너무 힘들어질 때가 있다.


지금이 딱 그 시기이다.


누구에게도 내 마음을 속시원히 내려놓을 수 없고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 내가 그렇게 해야 되는 이유도 모르겠고 그렇게 하고 싶지만 그런 이야기를 맘 편히 들어줄 수 있는 사람들이 존재하지도 않는다는 것. 나는 그래도 나에게 새로운 삶을 준 이곳에서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의지를 하고 마음을 기대었지만 결국 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내 잘못이다.


내 잘못인 것 같다.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지 못하고 어떠한 상황에서 수동적으로만 행동하는 내가 모든 것의 원흉이 된 것 같다. 앞으로 어떤 포지션을 잡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수동적인 사람이라고 나 자신이 깨달았을 때는 너무 늦었던 것 같기도 하다. 밥을 잘 못 먹어서 기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햇빛에 피부를 내어주어 얼굴 낯빛이 어두운 것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무슨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를 바라보는 모든 사람들은 제대로 밥을 챙겨 먹지도 않고 잠을 제대로 자지도 않는 상황들만을 나열한다. 그것이 문제가 아닌데. 근본적인 문제는 그것이 아니라 전부 다른 문제였던 것뿐인데 사람들은 늘 잘못짚는다. 그러면서 나에게 강요한다. 네가 그래서 이렇게 됐겠지, 네가 밥을 잘 챙기지 않아서 체력이 달리는 거겠지.


물론 맛있는 밥을 거하게 먹으면 체력이 살아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다르다.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별 생각이 없고 맛있다-라는 생각에서 끝날뿐이고 그 이후의 아무런 생각이 없다. 굳이 생각해보자면 비싸다, 맛은 있지만 내가 이 정도의 음식을 이 돈을 주고 먹어야 하는 걸까? 하는 고민들만 내 앞에 나열될 뿐이다. 그런 사람에게 음식은 너무나도 사치다. 그런 사람이 밥을 제대로 먹기나 할까. 밥은커녕 하루하루 대충 끼니로 때우고 밥이 없으면 아예 먹지를 않고 약으로 하루하루 보내는 사람에게 맛있는 밥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통용될 수 있다는 걸까.


나는 참 이 세상을 복잡하게 산다. 사람들이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나는 이해하지 못한다. 물론 내가 예민하고 복잡하고 밥도 제대로 챙기지 않고 잠도 제대로 자지 않고 엉망으로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바보같이 지 밥그릇도 챙기지 못한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한심하게 바라보고 바보 같은 놈이라고 속으로 혀를 끌끌 찰 수도 있다. 근데 어쩌겠어 내가 이렇게 살아왔고 이렇게 죽을 때까지 살고 싶은데. 돈이 많다고 비싸고 화려한 음식을 먹고 싶은 것이 아니다. 돈이 넘쳐난다고 비싼 집에서 살고 싶은 마음도 없다. 화려하고 멋진 차를 사서 남들에게 자랑하면서 다니고 싶은 마음도 일절 없다.


지금 내가 바라는 건, 내가 감사하고 사랑하고 좋아한다고 느꼈던 존재들이 모두 행복해지고 돈을 많이 벌고 그들이 행복해지기만을 바랄 뿐이다. 나 자신이 행복해지거나 돈을 많이 벌어 부귀영화를 누리고 싶지는 않다. 적당히 살다 적당히 죽고 싶다. 나는 그 마음뿐이다. 지금 살아가는 것도 너무 오래 살아서 나타나는 부작용일지도 모르겠다.


부디, 내 글을 읽어주는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지고 웃음이 가득하고 좋은 것만 보고 좋은 것만 느끼고 좋은 것만 경험했으면 좋겠다. 그러다 정말 행복해져서 이 삶을 끝내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이 들면, 난 그것보다 행복한 것은 없다. 그들이 행복해지기를, 나를 아는 모든 이들이 행복해지기를 빈다. 나는 행복해질 자격이 없으니 나를 대신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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