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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Jul 27. 2022

분노와 배려는 한 끗차이

요즘 참 많은 생각이 든다. 넋이 나간 사람처럼 하루를 보내고 정신이 나갈 것 같은 상태로 잠자리에 든다.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 느낌이고 오히려 벼랑 끝에 겨우 매달려있는 기분이다. 햇빛 알레르기가 있는 나는 반팔, 반바지를 입지 못해서 뜨거운 햇빛 아래에서 일을 할 때면 정말 타 죽는 기분이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고통스러워한다는 것은 아무도 모른다. 알 수도 없다. 내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햇빛에 노출되면 그 여파가 하루 종일 간다는 것을 누가 알겠는가. 내가 힘들다고 하지도 않았고 괜찮은 척 혼자 헉헉대면서 아무도 들어가지 않는 창고에 에어컨 바람을 쐬고 겨우 몸의 온도를 낮추고 나서야 괜찮은 척을 해버러니 아무도 내 고통을 신경 쓰지도, 알아주지도 않는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누가 알아달라고 생각한 적도 없다. 알아주면 고맙고 그렇게 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나는 나 혼자 열심히 아등바등 산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남들이 열심히 사는 것에 비해 난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너는 왜 그렇게 부정적이게 사냐 피곤하게-라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듣는다. 맞는 말이다. 나는 세상을 너무 복잡하게 산다. 편하게 살아갈 수 있는데도 굳이 빙글빙글 돌아가려 하고 올바른 길보다는 험난한 길을 간다. 선택이 항상 실패하는 것 같다.


참 피곤하게 산다.


엄마한테도 늘 들어왔던 말이었다. 넌 왜 그렇게.. 아휴..라는 뉘앙스의 말은 예삿일이고 항상 안쓰러운 마음으로 바라만 봤다. 피곤하게 살지만 이렇게 살아온 게 수 십 년이라 익숙하다는 말을 해도 그런 게 익숙해지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나를 똑 닮아서 라는 말을 하면서 말끝을 흐렸다.


뭐, 피곤하게 살 수도 있지. 다 완벽하게 살라는 법 있나?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왔던 나였다. 죽기 전까지 이렇게 바보같이 마음도 퍼주고 모든 걸 다 퍼 주면서 사는 삶을 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런 성향을 바꾸고 싶긴 하지만 바꾸려는 노력을 할 시작도 자신도 용기도 없기 때문에 그냥저냥 내가 손해 보면서 사는 게 맘 편하다. 누구는 미련하다고 욕을 할 수도, 바보 같아서 연민을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아 그리고 최근 든 생각은 이렇게 수동적으로 살다 보니 참 남들에게 피해를 많이 주고 사는 것 같다는 느낌마저 든다.


최근 들었던 말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사람이 너무너무 오버해서 겸손하면 주변 사람들이 힘들어진다는 말이었다. 너무 착하고 너무 겸손해도 사회에서는 살아남을 수 없나 보다. 그 말을 듣고 조금 덜 착한 사람, 덜 겸손한 사람이 되어야지-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왜 너무나 겸손한 사람이 피해를 겪어야 하는 걸까'라는 생각조차도 했다.


사실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 지도 모르겠다. 그저 창밖에 흩날리는 나무들을 보며 넋이 나간 채로 키보드를 두들긴다. 요즘 나는 나사도 빠지고 모든 것이 다 사라진 기분이다. 다시 조립해서 얼른 사람 구실을 해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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