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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Aug 06. 2022

끝나지 않은 이사 전쟁

아직까지 끝나지 않았다. 다음 달이면 본가에서 나와 혼자 산 지 1년이 되는 날인데도 아직까지도 아무것도 해낸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본가에 살았을 때와 비교하자면 조금 더 엉망이 되었다는 것. 조금이나마 정상적인 어른이었던 나는 혼자 살기 시작한 이후 더욱더 엉망스러운 어른이 되었다. 하지만 반대로 철저히 내 모습을 숨길 수 있는 방법을 알아냈다. 가면을 쓰는 것이 익숙해졌고 본심을 숨기고 아닌 척하는 방법을 철저하게 깨달은 것 같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가면을 쓰고 누군가를 대하는 것이 그것이 대한민국 사회에서 원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모든 순간을 진심으로 살아가는 나로서는 이 생태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살아왔다. 치열하게 살아오진 못했어도 남들에게 배신당하거나 등쳐먹거나, 내 권리를 찾지 못하고 끙끙거리면서 겨우 살아왔다. 지금도 별반 다른 일은 없다. 고용 체계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같은 단톡방에 있는 사람들은 식대와 연차 등 일반적인 회사에서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누리고 있지만 나는 그것들을 누리고 있지 못하고 있다. 얼마 전 중복인 날엔 단톡방에 하나의 알람이 와있었다. 날이 덥고 중복이니 식대를 만 오천 원까지 먹고 청구하라는 연락이었다. 열댓 명이 있는 방에서 식대를 받지 않는 사람은 나 하나뿐이었다. 그런 연락을 볼 때마다 나는 속상하다 못해 얼른 도망치고 싶었다. 그만두고 싶었다. 하지만 당장 퇴사하기보단 한 번에 폭탄을 안겨주는 것이 내가 생각한 최고의 복수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너무 화도 나고 답답하고 아무것도 누리지 못하는 나를 꽁꽁 감싸고 참고 있다. 이 폭탄이 언제 터질지 모르겠지만. 하지만 그만두면 내 독립생활도 끝날 것 같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깊다. 그 고민 때문에 잠을 잘 이루지도 못하고 맨바닥에서 얇은 이불 하나 깔고 자려니 온 몸이 배기는 것이 너무 고통이다.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집을 알아보고 이사를 가고 매트리스 혹은 토퍼를 사서 최소한의 생활은 영위하고 싶지만 그조차도 너무나 어렵다.


이사를 가기 위해서는 매물을 알아봐야 하고 일정을 조율해야 하고 계약금을 넣어야만 하고 지금 살고 있는 집과의 잔금처리도 해야 하고 너무 복잡한 일들이 많다. 이사를 가야 하고 중개사에게 중개수수료도 지불해야 하고 퇴실 청소비 명목으로 돈을 내고 나가야 하고 그동안 대리납부를 한 공과금에 대해서도 잔금을 치러야만 한다. 한 달 치 월세를 내고서 거주한 날만큼의 비용을 제하고 받아야 하는 것도 번거롭다. 이것들 중 하나라도 진행된 것이 없다. 매물을 보고 연락을 하면 방금 계약됐다, 오늘 계약됐다는 말로 현혹하면서 다른 방을 유도하는 꼴이 너무나도 역겹다. 이건 어떤 부동산을 거치더라도 항상 있는 일인 것 같다. 나름 꽤 많은 부동산을 알아봤는데 정말 솔직하고 진심으로 대하는 부동산이 없었다.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비싼 방을 팔까, 팔리지 않는 방을 어떤 식으로 유혹해서 팔까라는 생각만 하는 것 같다. 그 꼴이 너무나도 보기 싫다.


하지만 그 불평을 하지 않으려면 내가 가진 보증금이 많거나 내 집이 필요한데 그것들이 모두 불가능하니 그런 취급을 받더라도 할 말은 없다. 그냥, 그냥 이렇게 사는 게 자존심이 상하지만 꾸역꾸역 버티고 있는 것 같다. 솔직히 버티고 싶지 않다.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다. 지금 내 상태도 그렇고 머리가 너무 복잡하고 수많은 실타래 중 하나도 풀지 못하는 것 같아서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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