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mpty Aug 06. 2022

누굴 위한 주말인가

늘 그렇듯 나의 주말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으로 시작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으로 끝난다. 시간낭비를 하고 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나가서 운동도 하고 싶고 걷고도 싶다. 그리고 맛있는 음식들도 거하게 사서 먹고도 싶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하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느끼고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받아들인다. 그런 것을 하지 않아도 나는 지금 괜찮다고 생각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이렇게 살다가는 정말 취미도 재미도 흥미도 즐거움도 행복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 세상과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스러운 마음도 들곤 한다.


쉬어도 괜찮다, 주말엔 느리게 쉬어주는 것도 좋다고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이 가장 가까이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감사할 때가 있다. 하지만 막상 좁은 방에서 자고 무언가를 먹고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하고 넋이 나간 사람처럼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무표정한 얼굴로, 햇빛이 드리우지 않는 방구석에 홀로 남아 이사 갈 집을 알아보고 밥 해 먹을 것을 고민하고 비어 가는 냉장고와 제대로 먹을 음식 하나 없고 오롯이 생수와 음료수밖에 없는 냉장고를 바라보면서 드는 생각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또 슬프기만 하다. 이렇게 왜 사는 거지? 음식에 관심이 없다고 하더라도 먹을 것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딱히 그 생각을 저버릴 정도로 뭔가를 해 먹고 싶다는 마음이나 맛있는 것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그다지 들지 않는다.


그냥 나에게 놓인 아니 내가 만들어둔 상황을 인지하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되어버렸다.


이렇게 되었으니 어쩔 수 없지라고 생각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사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나에게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마트를 가서 먹을 음식들과 식재료들을 산다면 그것이 나의 삶을 조금이나마 위태롭게 만들지도 모를 뿐이다. 나야 먹고 싶은 것 있고 사고 싶은 것이 없을 리 없다. 지금 생각나는 것은 초코가 묻은 과자가 먹고 싶고 고기와 밥이 먹고 싶다. 그런데 그걸 굳이 실제로 하지 않아도 버틸만하다. 내 생각하는 것들은 한정적이다.


무언가를 먹고 싶고 하고 싶다 -> 하지만 그것을 하면 내 통장 잔고가 점점 비어 간다. -> 비어 가는 통장을 볼 때마다 가장 욕구가 낮은 식욕을 억제해야겠다고 생각이 든다. -> 밥을 먹지 않는다. 아니 무언가라도 먹지 않고 가장 싸게 먹을 수 있는 것으로 허기를 달랜다. -> 그렇게 월급까지 꾸역꾸역 버틴다.


이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심지어 도는 버는 이유를 모르겠다. 독립하려고 돈을 모으는 것도 아니고 돈을 모으기 위해 일을 하는 것도 아니다. 어쨌든 돈은 버는 대로 나갈 것이라는 것도 안다. 하지만 나는 음식이나 일회성으로 사라지는 것과 나 자신을 위해 투자하는 돈이 너무나도 아깝게만 느껴진다. 예를 들면 나를 위한 외모 가꾸는 비용, 옷을 사는 비용이 가장 아깝다고 느끼는데 남자 옷은 기본적으로 값이 나가기 때문에 옷을 한번 사기 위해서는 엄청난 큰 결심을 해야만 하고 나는 가격이 부담되어 구제시장으로 가서 나름 합리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을 택하곤 하는데 주위에서 말들이 너무 많아서 한동안 가질 않았다. 이사하고 나서 가는 길이 멀기도 멀어진 것이 다른 이유이기도 하겠지만. 주변에서 그런 곳에 가서 옷을 산다고 이야기를 하면 자살한 사람이 옷을 버리고 그것을 입는 것이라면 얼마나 찜찜하겠냐, 그 사람이 어떤 범죄를 저질렀을 줄 알고 사 입냐라는 말부터 끝도 없이 이야기를 하고 의미부여를 한다.


어떠한 이유가 있을지는 몰라도 단순히 생각하면 저렴하기 때문에 입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주변의 시선은 그렇지 않나 보다. 모르겠다.


나는 돈이라는 게 너무 무섭고 싫다. 돈을 많이 벌고 싶지도 않고 돈을 모아서 미래를 구축해나가는 것도 싫다. 적당히 벌고 적당히 살아가는 삶이 좋다. 그러다 병에 걸려서, 사고를 당해서 죽음을 맞이하는 것보다 파란만장한 삶이 또 있으랴. 물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산다는 미래가 확실할 경우에는 어느 정도의 대책을 마련해두겠지만 나는 나 자신에 대한 확신도 없을뿐더러 이 사회에서 독단적이고 경제적으로 살아가고 이겨낼 자신이 없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방구석에서 글만 하나씩 쓰는 걸로 어떻게 돈을 벌겠다는 건지.


난 내가 봐도 참 어지럽고 멍청하고 무지하다. 등신 같다. 내가 날 봐도. 그래서 난 내가 너무 싫다. 이겨내려는 노력을 못하는 나도 싫고 하지 않으려는 나도 싫다. 적당한 삶이 나의 인생 목표처럼 들리는 것도 역겹기만 하다. 주위에서 능력이 많고 할 줄 아는 것이 많다고 이야기를 해주지만 나에게는 하나도 일절 귀에 들어오지 않는 이야기들 뿐이다. 어떻게 해서라도 하루라도, 한 달이라도 더 살아가게 만들려고 뻔한 말들만 늘어놓는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끝나지 않은 이사 전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