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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Aug 15. 2022

과연

문득 내가 정말 좋은 사람일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물론 좋다는 것의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표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들이 있는 것 같다. 사회생활을 잘하는 것도 사람이 좋다고 생각할 수 있을 테고 가족을 잘 아우를 수 있는 것도 성격이 좋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런 환경에서 나는 과연 좋은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늘 누군가를 만나면 온 마음을 다해 신경 쓰고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그게 어떻게 나타나는지는 모르겠지만 늘 진심으로 사람을 대한다. 그래서 에너지 소비도 많이 하게 되고 그만큼 상대방에게 기가 빨리기도 하고 체력적으로 큰 리스크가 생기기도 한다. 그리고 나 자신을 포기하면서까지 상대방에게 맞추려고 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이상하게 긴장을 한다. 극심한 긴장을 하고 떨린다.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무슨 말을 하면서도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하는지까지 예측한다. 혼자 말하고 남들이 생각하는 것을 혼자 예상하고 짐작한다. 마치 잘 짜인 도박판을 내 입맛대로 조작하듯 한다. 그게 어떤 감정인지 다른 사람들은 모를지도 모르겠다. 정말 부정적인 의미나 나쁜 의미로 하는 것이 아니라 나 혼자 기대하고 나 혼자 실망하는 단계를 계속해서 반복하곤 한다. 그게 잘못되었다는 것도 알지만 쉽게 끊을 수가 없다. 늘 누군가에게 기대하고 기대했던 누군가에게 실망한다는 것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지만 그것을 나 자신의 힘으로 바꿀 수 있을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이런 나를 두고 답답하다고 하거나 짜증스러운 말과 표정으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사는 것이 편하면서도 익숙하다. 편하다는 말보다는 익숙하다는 말이 조금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남에게 기대하는 것도 나의 생각과 판단이다. 하지만 그것을 따라주는지 확신할 수 없다. 그냥 나 혼자의 생각이고 판단일 뿐이다. 기대를 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이런 시간들을 겪어와서 그런지 바뀌기도 쉽지 않고 바뀐다는 것이 의문점이 들 때가 너무나도 많다. 이렇게 살아왔는데 단번에 바뀐다는 것도 의문이고 내가 바뀌어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도 의문이다.


나에 대한 이야기와 생각은 바뀌지 않겠지만 나는 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바뀌어야만 하는 것 같다. 바뀌지 않는다면 나는 이 사회에서 이 세상에서 도태될 것만 같다는 생각이 머리부터 발 끝까지 든다. 하나하나 모든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선명하고도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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