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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Aug 16. 2022

병원

병원에 가고 싶다. 몸에 이상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쉽사리 병원 가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감기에 걸리면 내과나 이비인후과를 가서 약을 받아오고 뼈가 부러지면 정형외과를 간다. 그 지독히도 간단한 사실을 알면서도 갈 생각을 안 한다. 가봤자-라는 생각이 이미 내 안의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삼켜버렸기 때문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마음이 무너졌고 정신적으로 얽히고설켜있다.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정상적인 시간을 보내는 것조차 힘들다. 일을 하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마냥 놀고 싶은 마음도 아니다. 그런데 그게 내가 뭘 원하는지도 모르겠다. 남들은 아마 아무렇지 않고 잘 살아가는 줄 안다. 티를 내지 않으니 괜찮은 줄 안다. 그래서 나는 회사도 퇴사하려고 하는 거고 내가 본질적으로 뭘 원하는지도 모르겠다.


이상하다는 말로 포장될 수 없는 것들이다. 나는 비주류에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주류가 되어 세상에서 도태되지 않는 꿈을 꾸기도 한다. 나는 지금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하루하루가 너무 버겁고 고되다. 그리고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를 정도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이렇게 또 무너지는구나. 무너지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 이미 무너져서 나는 바닥을 뒹굴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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