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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Aug 22. 2022

내가 사는 세상은 참

내가 사는 세상은 참 다양한 사람들이 많이 산다. 그리고 최근 몇 개월 동안 만나고 접했던 사람들은 참으로 대단한 사람들이었다. 창업가부터 변호사, 개발자, 한 회사의 대표까지 너무나도 다양하고 훌륭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그런 사람들과 마주하며 하하호호 웃으면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인지 모른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먹고 대화하고 시간을 보내면서 느낀 감정들은 이들과는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들이 자꾸만 엄습한다. 내가 어딜 가서 변호사와 대화를 나눌 수 있겠으며 한 회사의 대표와 말을 섞고 어드바이스를 들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이 굉장히 드는 것도 사실이다.


나는 할 줄 아는 것이 없어서 그들을 바라보기만 하는 것이 전부이지만 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면 그들의 속도와 나의 속도가 현저히 차이 난다는 것을 부정할 수가 없다. 아니 머릿속에서 사라지지가 않는다. 그들은 일을 효율적으로 하고 항상 계획적으로 살고 인생을 멋지게 사는 것 같다. 써야 하는 곳에 돈을 쓰고 쓰지 않아야 할 곳에 쓰지 않고 체계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저들을 따라갈 수 없고 저들을 지켜보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이 든다. 그들과 나는 비교대상이 아니다. 비교 대상이 될 수가 없다. 그래서 그들을 바라보고 그들과 같은 공간에서 숨 쉬고 보고 듣고 하는 것들을 감사하게 생각하곤 하지만 내가 살아가려는 목표와 그들의 목표는 너무나도 다르기에 괴리감이 하루가 멀다 하고 더욱더 무거워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나는 내가 사는 세상이 가끔은 무겁기도 하고 무섭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그런 대단하고 훌륭한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내가 뭐라도 된 기분이다. 하지만 그 기분에서 내려오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사람들을 마주하다 보면 내가 도대체 뭘까, 나는 왜 사는 걸까, 나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 걸까라는 마음과 생각이 든다. 저 사람들은 저 나이에 저렇게 성공하고 어느 정도 경제활동의 독립 파이프를 만든 사람들일 텐데 비슷한 나이의 성공한 사람들을 마주하려니 괜히 마음이 불편하다. 나도 내가 성공하면 될 일이지만 나에게는 그런 꿈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들이 성공하기 위해 잠을 포기하고 돈을 포기하고 삶을 1-2년 포기하고 그 기간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솔직한 말로 나는 그들의 인생을 도전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를 몰랐지만 그렇게까지 치열하게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지만 나의 생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렇게 해도 성공할까 말까 하는 시대였던 것뿐이다. 근데 나는 그렇게 할 자신도 용기도 에너지도 없다. 그러니까 이런 꼴을 면치 못하는 것뿐이다. 누군가를 탓할 수도 없고 탓할 누군가도 없다. 나 자신을 탓할 뿐이다. 이 세상에서 도태되어가려는 인간을 알아채는 것. 그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속상하지만 어쩌겠어. 그게 다 내가 원한 일이고 내가 만든 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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