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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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를 포함한 모든 것들을 힘들게 한 것 같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없고 취미도 가지고 싶은 것도 없고 심지어는 돈도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돈이 필요 없다고 한 이유는 돈 때문에 휘둘리는 모습들을 너무 많이 그리고 오래 봐왔어서 싫은 거였다. 돈을 싫어하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나는 정확히 돈이 싫은 게 아니라 돈에 욕심을 가지기 시작하면 끝도 없고 돈이란 것은 만족할 수 있는 수단이 아니기 때문에 가지고 싶지 않았고 돈에 휘둘리고 돈으로 휘두르는 것을 싫어한다는 뜻이었다.


돈이 중요한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을 뿐이다. 나는 행복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돈은 그다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돈은 나를 움직일 수 없다. 돈을 많이 줄 테니 죽어라 일해라-라고 한다면 나는 한사코 거절할 것이다. 돈이 나를 움직이는 것은 싫지만 돈으로 사람을 움직이려고 하는 것도 싫다.


나는 돈을 싫어하는 걸까 돈을 무기로 휘두르는 존재들을 싫어하는 걸까. 나 자신도 답을 내릴 수 없을 정도로 멍청하고 무지하지만 돈이란 수단은 나에게 평범한 휴지조각과도 같다. 돈은 가지면 가질수록 욕심을 낳을 뿐이고 만족이라는 것이 없고 사람을 망치기 때문에 그 일련의 과정들과 감정들이 싫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왜 돈이 싫어? 돈 많이 벌고 싶지 않아?라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이 과정들을 설명하는 게 고리타분하다. 지겹다.


내 인생은 성공을 바라지도 않고 부자가 되길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적당히 벌고 적당히 사는 삶을 바랄 뿐이다. 당장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을 정도로 나는 그동안 적당히 잘 살아왔던 듯하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겪는 모든 일은 바보 같고 현명하지 못하다. 늘 대처는 바보 같고 멍청하다. 그리고 결국 어느 정도 돈에 휘청거리곤 한다. 적당히 벌어서 적당히 쓰고 적당히 저축하면서 사는 게 좋은 듯하고 앞으로도 그런 삶을 사는 것이 나에게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이런 삶을 지속한다면 결국 1인 가구로 전락해버리고 결혼도 삶도 모두 다 포기하고 말지 않을까. 돈이 없어서 할 수 있는 것이 많이 없고 꿈조차 꾸는 것이 힘들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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