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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얹혀살고 있는 지금 집은 13층이다. 나름 오래되지 않은 신축 건물이라면 걱정할 것이 없겠지만 나는 아까도 잠을 자면서 불안한 생각을 했다. 사실 불안한 생각을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불안한 생각을 하는 것이 기본값이기 때문에 나는 항상 불안한 생각과 감정을 안고 살아간다.


견고하게 지은 신축 아파트의 13층이라면 최근 일어난 폭우 사태에 대해서도 크게 걱정할 것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자면서 꿈에서 한 생각이 아니고 현실에서 꾼 생각이었다. 이삿짐을 치우지도 못한 상태에서 맨바닥에서 베개 하나와 얇은 이불만 덮고 자던 그 시간들에 강풍이 정말 쌩쌩할 정도로 굉음을 내며 조금 열려있는 창문 틈으로 바람이 들어왔고 그 바람들은 열려있는 방문들을 전부 닫게 했고 바람이 워낙 심하게 불어서 그런지 그 소리가 문을 닫고 있었음에도 사방에서 들렸다.


나는 자면서도 그 소리가 무의식 중 나의 전신으로 흡수하는 기분이 들었다. 이 정도의 강풍이라면 아파트가 휘청거리지 않을까 하는 불안함이 나를 잡아먹기 시작했다. 물론 인터넷에서 본 중국 아파트는 강풍이나 폭우, 태풍에 무너진 아파트가 있다고 해도 그건 정말 극히 드문 일인데도 나는 그 생각에 불안함에 휩싸였다. 너무나도 불안했다. 자면서도 당장이라도 1층으로 뛰어 내려가야만 할까, 아파트가 흔들리면 1층까지 가는 시간은 얼마나 걸릴까, 아파트가 강풍에 휘청거리는 느낌을 나 혼자서 받는다면 나 혼자 도망쳐야 할까 아니면 같이 사는 사람들을 설득하고 설명해서 같이 피해야 할까, 이 아파트가 무너지면 산책을 하던 사람이나 길을 지나던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하는 생각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생각의 끝은 나 자신의 불신과 불안증을 탓하게 됐다. 그렇게 될 리 없는데 그렇게까지 생각하는 내가 바보 같기도 했지만 정말 그럴 수도 있는데 남들이 너무 우습게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도 들었다.


나는 매일 하루하루가 불안한 사람이다. 아주 견고히 지어진 아파트가 강풍에 휘청거릴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 그 반증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 정도면 안전불감증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한다. 지금 다니는 곳을 얼른 정리하고 휴식을 취해야 할 것 같다. 휴식을 취해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에 나는 이 세상에서 낙오되는 것을 기다리는 사형수인 것 같다. 아무것도 할 줄도 모르고 진취적이지도 않고 미래지향적이지도 않은 나는 어떻게 해야만 할까 극심한 스트레스와 고민, 불안에 둘러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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