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는 누구라도 될 수 있고 무엇이라도 될 수 있다. 나는 지금 거실의 소파에 기대어 노트북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면서 글을 쓰고 있다. 내 오른쪽 시선이 가는 쪽에는 아주 큰 통유리에 비치는 가로등과 도로를 지나는 무수히 많은 차들을 보고 있다. 지금 시간은 새벽 세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지만 시간은 딱히 중요치 않다. 잠을 자지 않아도 사실 그리 타격이 없는지라 하루 이틀 정도 고생하면 된다는 생각 때문에 잠을 자려고 하는 편은 아니다. 아무튼 나는 이 새벽이 나에게 가져다주는 모든 감정들이 너무나도 귀하고 소중하다. 다시는 오지 않을 8월 16일의 새벽 2시 41분이다.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가.
창 밖으로는 늦은 시간임에도 차들이 아직까지도 쌩쌩 지나다니고 있고 도로 아래쪽으로는 주민들을 위한 공원과 산책로가 있다. 깊은 새벽이 되었음에도 가로등은 꺼지지 않는다. 이게 내가 살던 곳과는 가장 큰 차이점이 아닐까 싶다. 내가 그동안 살았던 동네에서는 가로등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사실 무슨 사고가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어두컴컴했고 그것이 동네를 대변해준다고 생각했다. 글을 한참 쓰고 다시 차들이 많이 지나다니던 도로를 보니 이제야 차가 좀 사라졌다. 새벽을 지키는 대형 화물트럭만이 오며 가며 지나갈 뿐이다. 저들도 열심히 돈을 벌어야겠다는 일념 하나만으로 일을 하는 거겠지, 고용관계가 어떻게 되는지도 모르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돈을 벌기 위해,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이겠지.
그들이 참 존경스럽다. 본인만의 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너무나도 부러운 일이고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부럽다. 나의 아빠는 살아생전 무슨 무기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람과의 교류에서 장점이 있는 것 같았다. 영업맨으로 살아온 시절이 이십여 년 혹은 그 이상 되었을 테니 인간관계 혹은 사회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에 꽤나 특출 난 능력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빠는 그렇게 열심히 살다가 이 세상을 떠났지만 이제야 아빠의 빈자리가 느껴지는 듯하다. 아빠가 없어도 사실 세상과 사회는 잘만 돌아가겠지만 나의 아빠가 가진 무기가 그리워지는 날이 있다. 아빠도 회사생활이 맞지 않아 회사를 때려치우고 사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회사를 때려치우기 전까지 다녔던 기간이 이십여 년이다. 그러니까, 회사에서 당하는 더러운 꼴과 어떻게 해서도 나만의 회사를 이끌겠다는 생각이 만들어낸 고난의 시간들이었을지도 모른다.
표면적인 것만 보자면 아빠와 나는 많은 것을 닮았다. 나는 아빠의 자식이니 그럴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나도 여느 회사를 다니건 적응을 하지 못했고 늘 부적응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았고 이곳저곳에서 적응을 하지 못했다. 아빠도 이런 마음이었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아빠는 대의를 위해 시간과 노력을 더 많이 투자했을 거고 그 시간이 이십여 년이라는 시간으로 설명되는 것이겠지만 나는 그렇게까지 열심히 살고 싶지 않다. 돌아가신 아빠한테 할 말은 아니지만 태어난 인간마다 성향이 다른 걸 누구 탓하겠는가. 나는 그저 일을 하면서 또는 일을 하지 않으면서 어떻게든 작은 돈이라도 벌려고 노력하려고 한다. 그게 원화가 됐건 코인이 됐건 수익률로 용돈벌이를 하건 그 모든 수단은 중요하지 않다. 그럼에도 나의 목표는 글로써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는 것이지만 내가 하는 꼴을 보면 그것도 실패할 확률이 너무나도 큰 듯하다.
다들 돈을 벌기 위해서는 정말 열심히 악바리처럼 살아야 돈을 벌까 말까 하는 시대에 나는 나의 시간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글을 쓰지 않고 뒷전으로 미루어둔다. 이렇게 해서는 돈을 벌 수가 없다.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가 없다. 그리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싶지도 않다. 그러면 시간이 더욱더 더디겠지만 나는 그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러는 건지 몰라서 이러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내 나이가 어느 정도 하나 둘 차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정신이란 것도 차리고 더욱더 돈을 벌기 위해 목숨이라도 바쳐야 하지만 나는 금방이라도 죽으면 끝이라는 생각 하나 때문에 이 지경이 된 것 같다.
나를 어떻게 말릴까. 나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고통스럽다. 나 자신을 보는 나 조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