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

by empty

나는 사교성이 없다. 아주 오래전부터 없었던 것 같다. 누군가와 살갗게 마주하며 대화를 자연스럽게 이끌어 나가는 것이 너무나도 어려웠다. 늘 나는 누군가에게 좋은 모습만 보여주어야만 했고 싫은 소리나 내가 내는 의견을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했다. 그렇게 하면 혼날까 봐.


그래서 나는 어려서부터 집에서도 의견을 표출하지 못했다. 그냥 속으로 끙끙 앓고 혼자 시간을 감내할 뿐이었다. 그것이 심해지자 나는 내 몸에 상처를 내기 시작했고 그런 행위들이 나이가 들어도 멈출 수 없었다. 누군가를 괴롭혔다는 생각에,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다는 생각에 나는 그 마음을 그 기분을 이겨내지 못했다. 오롯이 그 감정들 앞에서 무너졌다. 그들이 받을 상처와 그들이 받을 무너짐을 나는 너무나도 잘 알았기 때문에 그들보다 나를 더 괴롭혔다. 나를 돌보는 것이 아닌 나를 더 무너뜨렸다. 다른 누구의 손도 아닌 나의 손으로.


이제 와서 깨달은 것은 나 자신을 돌봐야 하는 상황에 남들만 돌보고 있으니 내가 부정적인 길로 빠져들지 않았겠나 싶은 생각도 든다. 나는 나보다 남을 더 중요시한다. 나를 중요시하는 방법을 모른다. 그래서 나와 대화한 누군가를 더 신경 쓴다. 상대방이 상처받지는 않았을까 상대방이 아프지는 않을까 상대방이 내가 한 말들로 아파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들이 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나를 먼저 신경 써야 한다는 것도 알지 못하고 무조건 남들을 먼저 위하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나는 내 인생에서도 그렇고 누군가와의 관계에서도 혹은 단체생활에서도 나는 늘 깍두기 역할을 맡았었다. 나는 나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기 때문에 나보다 남들이 잘 되는 것을 바랐을 뿐이다. 하지만 그렇게 바라는 것이 나 자신에게는 도움이 일절 되지 않는다는 것을 미리 알았어야만 했다.


나는 아직도 나를 괴롭히는 것을 좋아한다. 남들에게 상처 주는 것보다 나 자신에게 상처를 주는 편이 훨씬 더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에게 유일한 존재들에게 무너지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차라리 무너졌던 내가 한번 더 무너지는 편이 낫다. 나는 자신감도 없고 내 의견을 표출할 줄도 모른다. 그게 대한민국이라는 세세상을, 사회를 살아감에 있어서 가장 큰 단점으로 작용한다. 남들은 나를 이용하고 가지고 논다. 하지만 그것에 대한 대비책도, 어떠한 방법도 생각할 수가 없다.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니까. 남들을 위해 살아가는 나니까. 이제 그만 이타적으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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