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by empty

개개인마다 원하는 것들이 다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각자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고 중요시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최근 어찌어찌 느끼게 된 감정들은 특히나 새로웠다. 인간의 본질의 문제였다. 나처럼 인간으로 태어나 좋아하는 것도, 관심 있는 것도 없는 채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다른 인간들은 분명히 그리고 정확히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안다. 본인이 더 잘 알고 있다.


이 감정을 느끼게 된 것은 최근 누군가에게 어떠한 어드바이스를 듣고 난 이후 증폭되었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 사람이 나를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들지는 않았다.


본인이 좋아하는 것에 빠지고 더욱더 몰입하고 집중하게 되는 것. 그 차이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예를 들면 업무 시간이 지나고 나서도 회사에 남아 공부를 하고 인맥을 넓히려는 노력을 한다던지 하는 행위를 해야만 이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과 감정을 받았다. 물론 그렇게 하면 연봉도, 인맥도, 사회생활도 잘하는 완벽한 인간이 될 수 있었을 텐데 나는 그 의견엔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렇게 하는 것도 좋지만 흔히 말하는 워라밸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지켜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회사에서 공부를 하고 노력을 하면 그 이후 나의 삶이 윤택해지거나 월급이 높아지거나 다른 곳으로 이직을 하더라도 소신껏 발언할 수 있고 당당히 어깨를 펴고 다닐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점은 높이 산다. 물론 충분히 시도해봐도 나쁘지 않은, 나쁘지 않을 방법이지만 나에게는 닿지 않았다.


나는 내 시간을 보장받는 것을 좋아한다. 아니 그걸 선호한다. 억지로 야근을 해야 한다면 어쩔 수 없이 해야겠지만 야근수당을 쳐주지 않는다거나 야근하는 것을 당연히 여긴다면 당연히 그 누구라도 야근을 자원해서 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 세상은 야근이 당연해지는 세상이고 야근을 하는 사람에게 무언가를 해준다는 것 자체가 눈치 받는 세상이다. 다행히도 지금 세상은 조금씩 바뀌어가는 추세라서 야근이 이전의 야근이 아니겠지만.


그럼에도 나는 회사에 더 오래 남고 싶지 않다. 이곳을 꾸리는 사람들과 공부를 하거나 인맥을 넓히려는 노력을 하거나 한다고 하더라도 내가 아는 것이 없고 가진 것이 없기 때문에 나는 늘 '을'의 입장에서 그들을 마주해야만 하고 응대해야만 한다. 응대가 아니라 접대가 될 수도 있겠다. 그들이 편의를 위해 내가 불편함을 겪고 나보다 우선순위인, 업무 차원에서 나보다 우선순위인 그들을 더 편하게 해 주어야만 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어느샌가 인간들은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었고 내가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물론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다. 굳이 내가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일 수도 있고 나의 업무 시간이 지난 후에 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도 강요도 강제성도 띄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사람들은 그것을 요구한다. 그러면서 아무것도 아닌 듯 당연하게 이제 퇴근하세요라는 말을 한다. 그런 말을 계속해서 들으니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퇴사를 하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나는 내가 원하는 게 뭔지 모른다. 밥을 먹자고 해도 내가 원하는 메뉴가 뭔지 모르겠고 불만이 있으면 이야기를 해달라는 말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만 숙이곤 한다. 내가 원하는 게 뭔지 모르겠다. 내 입장을 이해해주더라도 나는 그간 받아온 크고 작은 상처들이 내 마음을 가득 채워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런 마음도 감흥도 없다. 그러니까,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이 생겨난 걸지도 모르겠지만 그들의 입장에서는 나 같은 사람 한 두명만 더 와서 일이 밀리지만 않으면 상관하지 않는 듯하다.


그게 내가 가장 결심을 하게 된 큰 계기이다. 나는 아무것도 아닌 듯이 부품 교체하듯 당연하게 교체를 하려는 모습이 싫었다. 그래서 나는 이성적으로 생각하려고도 했었지만 이성적인 생각과 결정을 하기에는 이미 내 마음이 사회, 세상에서 많이 동 떨어졌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이런 감정으로 세상에 나가는 것이 불가능하겠구나, 나는 사회에 정말 어울리지도 못하는 사람이구나 라는 것을 깨달았다.


디지털 노매드가 되자고 최근에 결심을 했지만 이런 글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다. 속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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