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부담감

평생을 해결해야 할 숙제

by empty

무언가를 할 때 고민도 많고 스트레스도 많고 걱정도 많고 그에 대한 부담감도 굉장하다. 나는 특히나 더 부담감을 남들보다 더 많이 느끼는 것 같다. 누군가와 함께 밥을 먹을 때면 밥을 먹다가도, 밥을 먹으면서도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종종 생기거나 이야기를 안 하고 묵묵히 밥만 먹는다거나 할 때, 나에게 부담감이라는 것이 마음속에서 조금씩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밥을 먹는 건지 면접 자리에서 티타임을 가지는 건지 도무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긴장을 하고 부담을 가지곤 한다.


왜 그러는지는 아직까지도 이유를 모르겠다. 눈치를 너무 많이 보는 것 같으면서도 또 가까워지거나 친해지면 그렇지 않기도 하고 친해졌음에도 그 당시의 분위기와 상대방의 말투, 표정, 행동이 모두 다 포착되면서 친한 사람과 밥을 먹는데도 긴장을 하면서 먹게 된다. 나는 극도로 긴장을 많이 하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일지도 모른다. 메신저로 업무적인 연락이 오거나 갑자기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른다거나 하면 가장 먼저 덜컥 내려앉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괜히 불안해하고 심장이 빠르게 뛰고 갑자기 두통이 심해진다거나 증상들이 발현되면서 추가적으로 더욱더 긴장을 하게 된다. 숨을 제대로 쉬지도 못하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가끔씩 증상들이 나타날 때가 있기도 하고.


타고난 예민함에 긴장까지 더하니까 극도로 날카로운 사람으로 변해버린다. 표정부터 식은땀까지 어느 하나 예상할 수 없게 된다. 이런 성격은 당연하겠지만 사회나 세상과 집단에서 녹아들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나는 수많은 곳에서 길던 짧던 일을 해왔고 학교를 다닐 때도 사람들에게 손가락 질 받는 것은 예삿일이 되어버렸고 가족들에게도 몇 마디 들었던 적도 있었다. 뭐, 그건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왜 긴장을 하는 걸까. 긴장을 하는 이유가 도대체 뭘까. 긴장을 하지 않을 수는 없을까. 긴장을 너무 심히 하다 보니 놀이기구를 타러 가도 긴장을 심하게 하는 바람에 느끼는 감각들이 더욱더 예민해져서 공포감을 그 이상으로 느끼는 것 같기도 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놀이기구는 범퍼카이다. 위와 같은 이유로 무서운 놀이기구는 절대 못 탄다. 아, 갑자기 생각이 났는데 아마 초등학생 때 가족들끼리 롯데월드에 갔었는데 그때만 하더라도 한창 필름 카메라로 인화해서 사진을 받아서 간직했던 때라 새로운 놀이기구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엄마와 누나, 아빠와 내가 각각 찢어져서 놀고 있었는데 아빠가 저 놀이기구를 타보라고 계속 등을 떠밀었던 적이 있다. 정확하진 않겠지만. 그 놀이기구는 지금 롯데월드에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에버랜드나 서울랜드에서는 봤던 것 같다. 개구리 의자 모양으로 되어있고 아주 어린아이들 전용으로 타는 미니미한 큐트 자이로드롭(?) 이였다. 지금 어떤 이름으로 불려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을 타고난 이후, 나는 평생 고소공포증이라는 병에 걸렸다. 아빠 밉다.


그때의 엄청난 충격으로 어른이 된 지금은 범퍼카를 가장 즐겨 타는 어른 중의 상 어른이 되었고 아주 길게 늘어진, 넓디넓은 강 위로 이어진 다리를 건너지 못하는 어른 중의 어른이 되어버렸다. 사실 눈을 감고라도 갈 수는 있었지만 이상하리만큼 예민해지는 순간이 오면 두통이나 멀미가 극심하게 온다. 그럼에도 건널 수는 있겠지만 한번 멀미나 두통이 터지기 시작하면 그 여파가 하루 종일 잠자기 직전까지 가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그런 일을 만들지 않으려고 한다.


두통, 멀미, 예민함, 긴장이 만들어 낸 나의 부담감이 웃기기만 하다. 긴장하지 않고 누구를 만나더라도 편안하게 상대방과 유려한 대화를 이어나가고 싶다. 괜히 긴장해서 아는 것도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고 눈치를 보면서 내가 말한 의도는 그게 아니었는데 상대방의 말을 끊고 싶지 않아서 또 마냥 기다리는 상황처럼. 나는 너무나도 답답하다. 그래서 여태껏 살아온 나의 삶은 피하고 나 자신을 싫어하고 나를 혐오하기 일쑤였다. 이제 바뀌어갈지 아니면 그대로 또 나락으로 떨어지게 될지, 심히 걱정스럽고 우려스럽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11. 어쩌다 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