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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Sep 01. 2022

나는 아직도 어린가 보다

서른한 살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도 세상을 모르고 사회를 모르는 것 같다. 아직까지도 모든 것에 휘둘리며 휘청거리고 있고 어느 하나 내 마음대로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법이 없다. 물론 세상이 내 마음대로 움직이면 그것 또한 문제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냥 너무 어린것 같다. 힘들다는 표현을 함으로써 누군가를 귀찮게 하고 힘들게 하고 그러지 않아도 되는 일들을 만들곤 한다.


힘들다는 이야기로 집단 모두가 나를 신경 쓰는 그 분위기를 실제로 어렸을 때는 모르고 그게 당연한 줄 알았다. 내가 힘드니까 다들 나를 걱정해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이가 어느 정도 들고나니 그런 것은 남들에게 피해만 주는 것이구나라는 것을 깨달았다. 심지어 그 감정조차 최근에 느꼈다. 그래서 나는 아직까지도 너무 어린아이의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 같다. 살아온 것 같다.


늘 집에서는 어린애 취급을 받으면서 자라서 나 자신이 홀로 일어설 수 있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혼자 밥을 챙길 줄 모르는 사람이 됐고 혼자 청소 건 빨래 건 시답잖게 많은 집안일을 못하는 어린아이가 되어있었다. 그런 것의 연장선상으로 누군가에게 어린애 취급을 받으니 나도 생각이 점점 어려지는 듯했다. 심지어 사회생활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점점 이기적인 사람이 되어만 갔고 합리화를 정당화시키는 모습조차 보였다.


속상하다.


이런 나이가 되었음에도 아직까지 어린아이 티를 벗어내지 못하고 감정이란 감정은 모두 티를 내고 누군가에게 모든 감정과 모든 모습을 들키곤 한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싫다. 내 아픔이 누군가가 먼저 알아채는 게 싫다. 내가 먼저 이야기를 하는 것은 상관없겠으나 먼저 나를 파악하고 그런 사람일 거라고 치부해버리는 모습이 싫다.


나는 왜 이렇게 싫은 게 많은 걸까. 그리고 재고 따지는 게 많을까. 정말 차라리 콱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 강제로 나 자신을 사라지게 만들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하는 나 자신을 없애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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