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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Aug 31. 2022

요동치는 감정의 불안함

내 생각으로는 내가 이렇게 불안한 이유는 감정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오는 불안함인 것 같기도 하다. 예민한 성격을 가진 나는 예민함을 내려놓지 못하는 버릇이 있다. 버릇인지 타고 난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후자의 느낌이 더 강한 것 같다. 실제로 나의 엄마는 나를 똑 닮았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예민함을 타고 난 사람이다. 하지만 나보다 더 예민하고 더 까탈스럽냐는 물음에는 그렇지 않다. 엄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식들을 낳은 사람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자식에 대한 사랑이 예민함을 강제로 억누르는듯한 느낌이 있다. 네가 자식을 낳아본 적이 없어서 그렇게 미워하는 거지 네 자식을 낳으면 너도 나처럼 똑같이 행동할 거다-라고 이야기를 한 적은 있었지만 나는 아무리 자식을 낳아도 그렇게 키우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과거의 엄마가 나를 이렇게 키워주셨기 때문에 이런 사람이 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불만은 당연히 있었고 인정의 욕구도, 애정결핍의 욕구도 엄청났다. 그것을 조금 더 어렸을 때 깨달았더라면 어떻게라도 바꾸려고 노력해봤겠지만 너무 늦게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이 아니구나라는 것도 최근에 알게 되었다. 이 세상에서 도태되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못난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은 더더욱.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엄마는 분명 속상할 거고 내가 자식을 잘못 낳았나 생각이 들 정도로 불안한 생각이 들겠지만 나는 이런 나를 좋아한다.


내 감정이 불안하다는 이유로 글을 쓰고 회피하고 도망치고 나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싫지만은 않다.


남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사회생활에서 상사랑 싸웠다고 해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다라는 것이 애당초 성립되지 않는 일이다. 무조건 참아야 하고 웃으며 넘길 줄 알아야만 세상은 괜찮은 사람, 좋은 사람이라는 도장을 찍어주는 듯한 느낌이다. 실제로 나도 퇴사하겠다고 이야기를 하고 2주가 흘러서 어떻게 되어가는지 문의를 드렸지만 지원자 자체가 없기 때문에 조금 더 기다려줄 수 없냐는 이야기를 했다. 물론 사람이 구해지지 않고 괜찮은 사람을 구하기엔 더더욱 힘들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는 괜찮다고 이야기를 했고 사람이 구해질 때까지는 다니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사실 그렇게 말할 수 있었던 것은 9월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해외출장을 가는 멤버가 있기 때문에 나를 대신할 사람을 면접 보는 것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10월 말까지는 시간을 달라고 이미 요청을 한 상태이기 때문에 나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알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사실 당장 그만두어도 여한이 없고 후회는 없지만 그럼에도 내가 여태껏 6개월 동안 만나고 웃으며 밥을 먹었던 사람들을 하루아침에 잃는 것보다는 천천히 시간의 간격을 두고 이별 준비를 하는 것이 조금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문제를 감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나로서는 퇴사라는 말을 이별이라고 포장하는 것도 웃기고 허망하다. 내가 무엇 때문에 6개월이라는 시간을 투자하고 진심을 다해 뛰어왔는지 나조차도 모르겠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이 없고 하고 싶은 일도 없고 무엇을 하고자 하는 생각조차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 생각들의 가장 큰 단점은 한국 사회에서는 그런 마인드로는 절대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항상 느끼고 있었던 감정이지만 이번에 더욱더 확고하게 느꼈다. 나는 한국 사회와 정말 어울릴 수 없는 사람이구나-라는 것을 느끼고 난 뒤에는 모든 것의 욕구가 저하됐다. 무엇을 하고 싶지도 않고 마냥 기절해서 자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무기력했고 하고 싶은 것이 아무것도 없었고 약이라도 먹고 한동안 깨지 않고 기절해있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나는 지금 위험한 상태인 것 같다. 퇴사를 하게 되면 나는 정말 길을 잃은 아이처럼 불안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나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은 그것밖에 없다. 내가 돈을 벌지 못하더라도 조금 배가 고픈 삶을 영위해야만 하더라도 나 자신을 지키는데 조금 더 포커스를 맞추는 게 맞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이런 생각이 드는 것도 참 신기하고 기특하다. 나는 나 자신을 너무나도 싫어해서 내가 어떻게 되든 상관이 없는 사람이었는데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되다니. 인생은 정말 모르는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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