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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Sep 12. 2022

길고 긴 광역버스의 터널

광역버스나 고속버스를 타면 필연적으로 피할  없이 맞이해야 하는 것이 있다. 터널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터널, 동굴, 으슥한 , 우물을 좋아했다. 사실 좋아했다고 말하기엔 그곳에 들어가지는 못하지만  단어들이 주는 감정의 온도가 너무나도 나와 비슷했다.


그중 내가 가장 좋아한 것은 터널이었다.


터널은 사실 어디서도 만날 수 있고 어디서든 떠올려도 어렵지 않은 것들이었다. 심지어 몸집이 큰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할 때면 항상 터널을 지나기 때문이다. 내 인생은 여전히 아직까지도 터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역설적이지만 터널은 생각 외로 밝다. 내가 글을 쓰며 표현하는 터널은 늘 어둡고 끝이 없는 곳이라고 설명하지만 문득 떠올려보면 최근들의 터널은 밝고 심지어는 통풍도 잘 된다.


유튜브에서 문득 떠오른 장면이 하나 있다. 요 근래의 터널들은 터널 천장에 대형 송풍기를 설치해두어서 이제 더 이상 터널 안이 더럽거나 먼지가 많은 곳이라는 오명을 벗었다고 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먼지의 대표 명사였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먼지가 가득하고 더러운 곳이라는 고정관념이 심하다고 했다.


이제는 내가 터널이라는 말을 할 때면 한 번이라도 다시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 터널은 어둡고 음침하고 끝도 없는 지옥 불바다와 같은 곳이 아니라 생각보다 밝고 졸음운전하는 운전자를 위한 사이렌까지 있으니 그 어떤 것보다 활동적이고 인간들에게 작은 희망을 주는 불씨 같은 존재인 것 같다.


터널을 희망을 주는 불씨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 거다. 웃기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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