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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Sep 10. 2022

사람들은 늘

사람들은 늘 떠나고 나서야 후회한다. 그 지독히도 간단한 사실을 왜 망각하고 살아가는 걸까. 사람들은 평소에 누가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어떤 생각을 현재 하고 있는지 큰 관심이 없다. 그런 이유로 어떤 사람이 스트레스를 앓고 사는지, 스트레스 없이 생각 없이 사는지 궁금해하지 않는다. 자기 자신의 삶도 힘들게 겨우 살고 있기 때문일까.


나는 몇 주전부터 퇴사를 하겠다고 이야기를 해둔 상태다. 하지만 사람이 구해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계속해서 시간이 딜레이 되고 있다. 사실 까놓고 말하자면 나는 시간이 오래 걸리면 걸릴수록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다. 다른 일을 알아볼 때 아직 일을 그만둔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그것은 조금 부담스럽지만 6개월 동안 해왔던 업무를 조금 더 한다는 개념에서 봤을 때는 나쁘지는 않다. 어느 정도 일이 손에 익었고 익숙하기 때문에. 하지만 사람들을 상대하고 날마다 감정을 정비해야 하는 것은 사실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다. 새로운 사람을 마주치면 인사를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라는 고민에서부터 마스크를 쓰고 바뀐 외형을 알아보지 못할 때는 인사를 하지 못하고 인사를 했지만 타이밍이 맞지 않아 서로가 머쓱하게 지나가버리는 경우도 있었을 테니까.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은 조건이지만 나는 얼른 도망가고 싶다. 나와 같은 지점을 담당하고 있는 동료에게 이야기를 했다. 퇴사 요청을 해둔 상황이고 곧 사람이 구해지면 퇴사하겠다고. 이야기를 하니 그 사람은 정말 놀라서 무슨 말로든 나를 붙잡고 싶어 하는 듯했다. 그 말들이 장난일지도 모르고 새로운 사람을 다시 앉혀야 하니 부담스럽고 귀찮은 이유로 나를 붙잡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나와 별개의 일이다. 나는 그저 일을 그만두겠다는 말을 하고 다른 일을 구하거나 쉬면 된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고 해야만 하는 일이다. 굳이 그들의 요청에 응할 필요도 없고 그들의 바람대로 움직여주지 않아도 상관없다. 하지만 지금의 내 상황에서는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방황을 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조금 고민스럽긴 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떻게 한 스텝씩 걸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일은 글로 돈을 버는 일이고 내가 지금 관심을 가지고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돈을 벌고 독립하는 것이 최종 목표이긴 하다. 그 과정이 너무나도 어렵고 사실 성공 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것을 계속해야만 하는지도, 이것을 하고 있는 게 맞는 건지도 객관화가 되질 못한다.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오래전부터 하는 말 중 하나는 모르겠다는 말이지만 아무리 계속하고 계속해도 모르겠다. 무슨 결정을 하거나 결정을 하기 전에는 항상 걱정과 고민이 앞서고 그러다가 전부 다 포기해버린다. 포기하는 거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뭔지도 모르겠다. 부정적인 생각들이 나를 아직까지도 붙잡고 있지만 나는 결국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모르겠다. 모르겠다는 말을 모르겠다. 모르겠다는 말을 그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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