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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Sep 14. 2022

불안함 속의 희망은 피는가?

사실 지금 이 글을 쓰는 시간은 새벽 2시 53분이다. 나는 지독히도 새벽시간을 좋아한다. 하지만 내가 하는 일의 시간대는 보통 주 5일의 근무에 주말은 휴무인 경우가 많다. 물론 빨간 날도 쉬긴 한다. 그렇지만 그런 안정적인 삶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주변에서 너는 남의 말을 듣지 않고 본인의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고 남의 명령에 곧이곧대로 따르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너는 전형적인 예술인의 길을 걷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말도 많이 들었다.


사실 누군가의 명령을 듣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수면 아래 있는 BDSM이라면 그런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바보같이 그것을 사회라는 집단에 접목시키는 바보는 없을 것이다. 명령이 좋아도 사회에서는 그러면 안 된다는 통념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 퇴사 관련으로 나를 고용한 회사를 방문했다.


회사는 어느샌가 커져서 공유 오피스에서 독립해서 역에서 5-7분 거리의 역세권으로 이사를 했다. 나는 6개월을 근무했지만 이전 임대를 하던 회사를 가보고 독립한 회사로는 처음 와본 곳이라 얼떨떨했다. 이곳이구나, 그렇게 업무 메신저에서 이렇게 하지 말아라, 저렇게 하지 말아라 하는 연락들이 오갔던 공간이 이곳이구나라고 느꼈다. 전체적으로 화이트톤의 분위기에 아직 꾸미질 않아서 휑한 느낌이었지만 썩 나쁘지 않았다. 충분히 무엇이라도 채워 넣는다면 화려한 공간으로 탈바꿈될 것 같은 공간이었다.


모든 내용을 글로 써 내려갈 순 없지만 나는 6개월 동안 외로운 싸움을 해왔고 아무에게도 케어를 받지 못했다. 방치되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난 외로운 싸움을 해왔다. 심지어는 그렇게 어떻게 버텼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어떻게 버텼냐는 물음에 나는 일순간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아서 "그러게요.. 제가 늙었나 보죠 뭐"라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지만 사실 늙어서 성격이 순해졌다거나 온순해졌다거나 그런 게 아니었다. 업무적으로 여유가 넘쳤던 회사이기도 하고 여유라는 가면 뒤에 방치라는 것이 자리 잡고 있었으니까 이건 누구 탓을 할 수도 없다. 이미 마음이 떠났지만 양쪽에서 조율해주려는 모습을 보고 분노와 당장이라도 사회에서 벗어날 각오로 다져왔던 내 마음은 어느 정도 녹아내리고 있었다.


사실 세상과 사회는 늘 그런 것 같다. 있을 때는 소중한 줄 모르다가 없어지면 그 소중함이 얼마나 크고 소중하다는 말보다 더욱더 소중한지 깨닫게 되는 것 같다. 나는 그 마인드로 한동안 살아왔어서 그런가 후회는 없다. 실제로 나는 누구를 만나더라도 진심으로 모든 것을 다 내어주고 가진 것이 없어도 가진 것 중에서는 최선의 선택을 상대방에게 늘 선물하려는 사람이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후회하기 싫어서였다. 내가 가진 것이 있음에도 모든 것을 내어주지 않고, 모든 노력을 하지 않고서는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에 나는 늘 모든 것에 대해 진심으로 대하곤 한다.


이것은 비단 사회생활에서만 통용되지 않는다. 나는 지금 크립토의 web3.0의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것이 있다. R2E와 M2E를 대표적으로 하고 있고 그곳에서의 모더레이터 제안을 받아서 한 곳에서는 무기한 모더, 다른 한 곳에서는 6개월의 제안을 받고 현재 함께 하고 있다. 나는 내가 평생 살아오면서 누군가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현재 21세기의 대한민국의 사회와 비교했을 때였던 것 같다. 나는 6개월 동안 근무했고 아직까지도 근무하고 있는 이곳에서 많은 것을 배웠고 나 자신의 정체성도 어느 정도 길을 찾았고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도 점점 확고해지고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나는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사람과의 불화를 못 참고 무서움이 많고 겁이 많다. 하지만 혼자 하는 일은 어느 정도 몫을 해내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말을 하는 것보다 텍스트로 표현하고 정리하는 것이 편하고 좋은 사람이었고 어떠한 사람이라도 나에게 무례하게 하지 않는다면 모든 것을 다 내어주고 항상 매 순간 진심으로 대하려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 대한민국의 사회라는 시선에서 바라본다면 나는 이미 지옥으로 가는 열차를 첫 번째로 가장 앞자리에 탄 한심한 인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크립토와 블록체인이라는 것을 배우고 느끼고 그와 더불어 그에 맞는 사람들을 만나고 경험하다 보니 통용적이고 전통적인 문화만 추구했던 세상에서 벗어나 나도 무언가를 해볼 수 있구나, 나라는 사람도 누군가에게는 인정받을 수 있고 제안이라는 것을 받아볼 수 있는 사람이구나, 그래도 나는 아주 쓰레기 같은 인생을 살지는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한 곳이 크립토 씬이다.


누군가에게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누군가에게 지속적으로 진심으로 모든 것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한다. 글을 쓰는 것도 그중 하나이다. 현재 메인 잡이 있고 사이드 프로젝트로 간간히 용돈벌이를 하고 있다. 아직 경제활동의 독립은 이룩하지 못했지만 이 생활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크립토 씬의 프로젝트는 언제 사라지고 언제 뒤통수를 맞을지 모르는 생태계이다.


그러니까, 아직까지도 나는 불안함에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지만 그럼에도 그 불안함보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나 자신이 쓰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다. 사실 돈을 정말 벌지 못하더라도 하루에 소주 서너 병과 대충 성의 없는 안주를 살 수 있을 정도의 삶이라면 나는 그 또한 감사하다. 나는 원래 가진 것이 많은 것이 아닌 주어진 삶에서 비참하지 않게 살아갈 수 있는지 방법을 찾아가는 사람이니까.


오늘은 이상하게 글이 호로록 잘 써진다. 이런 날이 흔치는 않지만 벌써 글을 쓰느라 새벽 3시 10분이 되어버렸다. 나는 4시간 50분 후인 8시에 일어나야 한다. 심지어 잠을 좀 자고 싶어서 + 술기운을 조금 낮추려고 약을 먹은 상태이다. 이따 일어날 때의 내가 겁난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기절해서 깨어나거나 아니면 늦거나.


모르겠다. 마지막의 연결고리를 잘 매듭짓고 싶지만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이미 마음이 뜬 상태에서 눈칫밥을 먹고 있는 나로서는 이 지독한 공간을 벗어나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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