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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Sep 17. 2022

교회가 그렇게 싫었던 이유

교회를 싫어했다. 정확히는 엄마의 뱃속에서부터 교회를 다녔단 이유로 모태신앙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20살이 되어 군대에 갔다가 나온 첫 휴가에서 온갖 실망을 하고 교회를 그만 다니자고 결심을 했다.


가장 큰 이유는 또래 친구들과 잘 지내지 못한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고 그 전의 근본적인 궁금증으로는 나의 엄마가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 아주 큰 불만이었다. 실제로 나의 엄마는 기독교라는 아주 큰 믿음이 있다. 나는 이미 불신이 가득 찬 상태라서 가끔씩 사이비처럼 엄마가 미쳐버린 건 아닐까 종종 생각하지만 아직 그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다. 주변의 누군가는 돈을 몇 천만 원씩 내면서 다닌다는 것과 비교하면 그 정도는 아니겠지 하고 생각할 뿐이다.


교회를 너무 오래 다녔기 때문에 아는 사람도 많고 모르는 것이 없을 정도다. 그간 재임하셨던 목사들과 전도사를 다 알고 있었고 교회 npc처럼 삶의 0순위가 교회였고 신앙이었다. 그렇게 헌신하고 오랜 시간 머물러있던 교회에서 상처란 상처는 혼자 받고 감내하면서 나의 엄마의 공헌을 인정해주기는 커녕 어느 정도의 수준이 되어버리니 당연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도 못하고 헌신하고 헌신짝처럼 바보처럼 살아가는 엄마도 싫었고 그 엄마를 그렇게까지 만든 교회가 너무나도 싫었다. 구원 한마디로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는 엄마도 미웠다.


그놈의 구원이 뭐길래 그렇게까지 하는지 모르겠다. 눈에 보이는 보상이랄 것도 없음에도 그렇게까지 살아야 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분명 이렇게 묻는다면 엄마는 매일 하던 말처럼 “네가 신앙세계를 몰라서 그래”라고 이야기를 하고 끝날 것이 뻔하기 때문에 구태여 묻지는 않는다.


그래서 엄마와 나는 떨어져 지내는 것이 좋다. 서로 참견하지 않고 정체성을 각자가 지킬 수 있는 이 삶이 좋긴 하지만 내 집이 아니라는 지금의 현실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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