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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Sep 21. 2022

살아온 인생들은

살아온 인생들은 대개 당연하지만 너무나도 다르다. 어렸을 때부터 미래를 대비해 준비하고 달렸던 사람들이 있는 반면,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고 닥치는 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전적으로 후자에 속하는 사람이다. 준비랄 것도 한 적이 없고 미래를 대비한다는 생각조차 한 적이 없다. 어느 정도 살다가 죽어버리면 끝난다는 마치 게임의 한 장면처럼 남은 목숨이 0개가 되어버리는 삶을 나는 지향해왔던 것 같다.


사실 나는 삶에 목적이 없다. 이유도 없다. 왜 이렇게까지 부정적인 생각들이 가득해졌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아마 주변 환경의 탓일지도 모르겠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조금 엄하셨다. 하지만 그것 또한 초등학생 때 이후로는 그렇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나도 모르게 상처 때문에 마음이 닫혔나 보다. 이제는 좋은 척, 신나는 척을 하기가 너무 두렵다. 그 모습이 완전한 내 모습이 되어가는 것이 두렵기도 하고 나는 정말 그런 사람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나를 그렇게 인식해버리는 것이 두렵기도 하다. 무섭다.


나는 정말 사회의 정 반대에 놓여있는 사람이다. 사회성도 부족하고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능력들도 부족하고 뭐 하나 특출 난 것이 없다. 보통 나는 나 자신을 깎아내리는 것에 익숙해져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겪어온 사회들과 세상들은 나와 너무나도 큰 차이가 있었다. 그래서 대한민국 사회라는 곳에 진절머리가 나기 시작했고 일을 구하면서도 이걸 다시 하는 게 맞는 걸까? 또 똑같은 일로 그만두고 도망칠 텐데 하는 생각을 머릿속에서 수천번, 수만 번 되뇌고 생각했을 거다.


그래서 나는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아가고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이질감을 느낀다. 나는 저렇게 살아갈 자신도, 용기도 없는데 어떻게 저렇게 살아가는 걸까-하면서 정말 그 사람을 대견하다고 느끼고 존경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은 어떻게 이 사회에서 저렇게 멋지게 살아가고 버틸 수 있는 걸까 하는 생각조차 들게 한다.


나는 대한민국 사회와 세상에 맞지 않는 것 같다. 이것은 비단 회피라는 감정이 아니라 내 능력과 내가 가진 속도는 대한민국이 아니라 조금 느린 것을 추구하는 제주도나 일본스러운 느낌이 아닐까 생각한다. 항상 예의범절을 지키며 선을 넘지 않으려는 그런 모습들은 가히 일본스럽기도 하다. 실제로 일본 여행을 다녀와서 느낀 점은 내가 있어야 할 곳은 한국이 아니라 일본이구나라고 느꼈을 정도였으니까.


아, 모르겠다. 지금 술이 조금 알딸딸한 이유로 글이 엉망이 되어가고 있다. 어디서든 글을 쓰는 멋진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늘 슬프거나 우울할 때만 쓰는 일기장이 되어버렸다. 이 글을 읽고 누가 반응해줄지도 모르겠다. 이건 단순히 내 일기장이기 때문에 그런 기대를 바라면 안 되는 게 맞다.


오늘따라 한없이 무너진다. 속수무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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