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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Sep 25. 2022

글을 못 쓰겠다

글을 쓴다는 것을 자각한 이후부터는 글감을 어떻게 해서라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이 나를 억누르기 시작했고 회사에서도 글을 쓰고 시도 때도 없이 글을 써댔지만 이제는 글을 쓰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글을 쓰는 것이 귀찮아졌다거나 싫어진 것은 아니지만 무슨 글을 써야 할지도 모르겠고 요즘 나는 화나는 일이 아주 많고 나 자신의 감정 브레이크를 밟을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조금 심각한 탓에 글을 쓰면 불만 아닌 불만이 가득 담긴 글이 될 것을 알기 때문에 굳이 그 기간에는 글을 쓰지 않으려고 했지만 그로 인한 구독자는 빠지는 추세였다.


내가 글을 쓰지 않아서 구독을 취소한 것일까, 아니면 내 글이 보기 싫어서 구독과 구독취소를 번갈아서 하는 걸까 하는 의문점도 들었다. 심지어 내 눈에 밟힌 그 작가님은 두 번씩이나 구독을 했다가 취소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셨다. 모든 것을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탓에 그분이 누군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았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싸한 감정을 뒤로하고 구독자를 보면 그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구독자가 있고 없고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나는 글을 쓰는 행위로 마음을 정리한다고 생각했지만 요즘은 정리할 마음이 너무나도 많아져서 글을 쓸 엄두를 못 낸다. 짧은 글이라도, 하찮은 글이라도 쓰고 싶지만 그런 글을 쓰는 것은 예비 작가의 마음가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나의 생각이겠지만 자꾸 그런 마음이 든다. 짧은 글을 쓸 것이라면 차라리 시간을 조금 더 들여서 정성이 들어간 긴 글을 쓰는 것은 어떻겠냐고. 하지만 글이 짧다고 해서 진심이 담기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나는 글을 쓰는 행위와 글을 쓰는 시간은 오롯이 글에만 집중하기 위한 시간이기 때문에 나에게 텍스트를 쓰는 어떠한 경우가 되었건 진심을 다 해 쓴다. 하지만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에 집중하기 때문에 조금 더 긴 글을 선호하게 되는 것 같다 나 자신조차도.


요즘 너무 힘들다-라는 말을 하기엔 나의 매일은 너무나도 힘들고 고단하다. 나의 생각과 빗나가는 날들이 더 많았고 나의 진심과 상대방의 진심을 저울질 하기 급급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만큼 주었는데 상대방은 내가 원하는 것을 주지 않는다.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큰 실망을 하기 시작했고 혼자서 마음을 썩히기 시작했다. 이렇게 된 이상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조차 모르겠다. 마음이 갈려나가는 것을 느끼지만 결국 그것을 막을 방법은 없다. 나를 포기해야 하는지 아니면 하나부터 열까지 주위 환경을 뜯어고쳐야 하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고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나는 그런 과정들이 너무나도 속상하고 화가 난다. 화가 치밀어서 화병이 날 정도다.


왜 나를 이루는 주변 환경은 나를 이렇게 자극시키고 나의 인내심을 넘어 테스트를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너무나도 많이 든다. 왜 나를 가만히 두지 않고 내가 원하는 것을 쥐어주면 될 것을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걸까. 왜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할까. 나는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조금이라도 주려고 노력하고 애쓰고 최선을 다하고 상대방이 그것을 느낄 정도로 최선을 다하는데 왜 항상 상대방은 나에게 주는 것이라곤 실망밖에 없는 걸까. 그러다가 후회하고 내가 떠나가면 그제야 후회를 한다. 잘못했다면서, 내가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래서 미안했고 속상했겠다며 그제야 사과를 구하고 용서를 빈다.


인간은 왜 이럴까. 지긋지긋하고 질린다. 이제는 아무것도 믿을 것이 없다. 차라리 집 근처에 있는 굳건한 소나무를 믿고 말지, 소나무에게 가서 하소연을 하고 말지. 이제는 인간을 믿을 수 없다. 차라리 지금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을 정도다. 인간은 너무 약았다. 인간이 싫다. 나도 인간이지만 나를 구성하는 인간들이 더 싫다. 다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왜 나를 이렇게까지 무너지고 힘들고 일말의 기대감에 대한 기대를 무너뜨리는지 모르겠다.


진짜 차라리 내가 세상에서 사라져서 고통을 받고 싶지 않다. 나한테 왜 그러는 걸까 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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