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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Sep 29. 2022

새로운 사람을 못 만나는 이유

오늘은 회사에서 퇴근을 하고 집에 오자마자 너무 힘들어서 소파에 누워 1시간만 자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쉽게 일어날 수가 없었다. 어느샌가 잠을 이겨내고 나니 시간은 자정이 되어있었다. 매일 새벽 3시 전에는 45분이란 시간 동안 운동이라고 쓰고 채굴이라고 읽는 행위를 해야만 한다. 사실 하루에 2만 원 벌기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더라도 꼭 나가서 돈을 벌어오려고 한다. 45분에 2만 원가량이면 시급으로 쳐도 엄청난 알바임은 틀림없지만 가끔씩 45분 동안 한없이 넓은 공원을 빙글빙글 돌아야 되는 것이 외롭기도 하고 재미가 없기도 하지만 45분이 지난 뒤 내가 벌어온 돈을 볼 때마다 아, 그래도 항상 해야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현생에서 벌어오는 돈만으로는 살아가는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더욱더 이곳에 지나칠 정도로 신경을 쓰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운동을 하면서 문득 든 생각이었다. 내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정말 궁금해졌다. 비단 내 취향의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내가 눈이 높아서 만나고 접하는 사람마다 만족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나의 이런 태도는 누군가를 만나는 데 있어서 너무나도 큰 리스크였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이유는 너무나도 많다. 차라리 앞에 숫자를 붙여서 나는 이런 사람이고 이래서 나를 만나기 어려울 거다!라고 해야 할 정도로 나는 너무나도 특이하고 변종 바이러스처럼 변덕스럽다.


가장 큰 이유는 나는 열심히 사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대한민국의 사회에서 일을 하고 사회경험을 하다가 나는 크립토 씬으로 넘어왔다. 다들 이야기하는 web3.0의 세계로 들어온 것인데 이것이 나를 더욱더 괴리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열심히 그리고 치열하게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고 이겨내고 있다. 그들의 삶은 너무나도 수수하지만 화려하고 대단하다. 크립토 관련한 행사가 해외에 있으면 그것을 위해 몇 백만 원씩 들여가며 행사에 참여하고 경험을 쌓으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한국에 없는 기간이 한 달 이상 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저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삶을 살고 있는 걸까? 하는 의문점이 든다. 물론 그들이 열심히 살았기 때문에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 테고 여유롭게 업무와 행사, 파티를 즐길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이유로 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실제로 이 나이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규직 일을 해본 적이 없다. 나는 항상 알바몬에서 알바로만 알아봤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것 같아서 잡코리아나 어느 회사의 공채는 거들떠보지 않았다. 어차피 떨어질 것을 알았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냥 살았다. 열심히 살았다고 내 입으로 말은 못 하지만 강제적으로 주어진 나의 삶에서 발버둥 쳤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모두 나의 시선에서 바라볼 뿐, 누군가가 나를 볼 때면 아, 저 사람은 형편이 좋지 않음에도 열심히 살았구나라는 생각을 가지기보단 왜 저렇게 미련하게 살지?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든다. 물론 이것은 모두 내가 만들어낸 허구일 확률이 높다.


그것 말고도 만나지 못하는 이유는 많다. 누군가에게 내가 원하는 사랑을 받은 적이 없었다. 다들 이게 내 사랑방식이야-라고 이야기를 하며 주었던 사랑들은 다 나에게 맞지 않았었다. 맞았던 적도 있었겠지만 내가 원하는 사랑들이 아니었다. 모든 사람마다 결이 다르고 성격, 성향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다르다는 것은 인정하고 이해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의 감정이 사랑으로 변모되어 사랑 그 자체가 나에게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사실 기대하고 싶지가 않다. 누구를 만나더라도 시간낭비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마음들이 너무나도 오래 지속되었기 때문에 누구를 만나더라도 그게 가장 힘들 것 같다. 그리고 나는 나를 꾸미는 방법조차 모르고 나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모르는 인간이기 때문에 나 자신도 사랑하지 못하면서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사랑하려고 한다는 것이 말도 안 되는 일인 것 같다.


나는 극심한 스트레스나 탈출 방법이 없다면 나를 힘들게 한다. 스트레스의 대상이 나 자신이 되어버린다. 내가 잘못을 했기 때문에 나를 벌주고 나를 죽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지독히도 바보 같은 생각은 내가 너무 오랜 시간 전부터 가져왔던 생각이었기 때문에 누군가가 나를 컨트롤하는 것도 싫어하고 나를 구속하고 속박하려는 것도 싫어한다. 통제하려는 것도, 명령받는 것도 싫어한다. 이렇게 싫어하는 게 많은데 내가 어떻게 무슨 마음으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아무리 친구라고 해도 이런 마음들을 다 내려두고 포기할 수 있을까.


이래서 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너무 힘들다. 나는 솔직히 불가능하다고 느낀다. 이런 내가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 사람을 하나 둘 옆에 두려고 한다는 것 자체가 나 자신에 대한 기만행위라고만 느껴진다. 이 감정을 오롯이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이런 내 마음을 단 한 순간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있긴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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