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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Oct 01. 2022

어느덧 10월

정말 어느새 10월이 되었다. 돌이켜보면 내가 올해 3월에 입사를 했으니 벌써 7개월이 지나고 있다. 정확히는 10월 7일이 되어야만 딱 7개월을 채우는 것이긴 하지만 이렇게 무탈하게 반년이란 시간을 보낸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나는 이곳에서 적응을 잘했다. 흔히 온보딩을 잘했다고 한다. 고작 7개월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그 시간이 너무나도 길고 고독했다.


늘 회사에서는 혼자였다. 물론 이 글을 회사 사람들이 본다면 당황스럽고 황당할 것 같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긴 내 공간이니까 내 생각을 차분히 적어보자면 나는 너무나도 외로웠다. 늘 혼자였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나는 누군가에게 늘 도움을 받았었다. 누군가가 먼저 인사를 해주어야만 그제야 나도 인사를 했고 누군가가 무언가를 같이 하자는 이야기에 그제야 반응을 했던 나였다. 하지만 처음에는 그게 당연한 줄 알았다. 회사에 입사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을뿐더러 나보다 더 이 회사라는 공간을 잘 아는 사람들이 가득했고 나에게 베푸는 이해나 배려라는 감정들이 나도 모르게 당연하다고 느끼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특히나 나는 창문 쪽에 앉아, 창문만 바라보는 자리를 배정받았기 때문에 뒤에서 누가 출근을 하는지 왔다 갔다 하는지 신경이 너무나도 크게 쓰였다. 그게 나는 가장 큰 불만이었고 아픔이었다. 누군가가 다가오는지도 모르고 등 뒤에서 말을 거는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안 그래도 긴장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누군가가 말을 걸고 무슨 요청을 한다는 것이 나에게는 너무나도 큰 부담이었다.


그리고 이 글을 쓰면서 느낀 거지만 나는 7개월이 되는 시간 동안 마음 편히, 말을 편하게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전혀 없다. 누군가와 친해지려고 하면 회사 입장이 있으니 친해지면 안 되는 걸까 하는 고민도 있었고 나보다 더 늦게 들어온 사람들은 끼리끼리 모임을 만들어 밥도 먹고 술도 먹고 동아리 개념의 활동을 해댔다. 그런 모습을 보고 나는 더 마음이 닫힌 것만 같았다.


물론 나에게 말을 걸어주고 진심 어린 걱정과 조언을 해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바라는 것들이 아니었고 그들의 입장에서, 그들이 느끼는 감정들을 나에게 설명하는 수준이었어서 나에게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이런저런 일들을 겪고 난 후 정신을 차리니 3월에서 10월이 되어버렸다. 아주 지독히도 더운 여름을 제대로 보냈고 이렇게 제대로 여름을 보내본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나날들을 보냈다. 햇빛 알레르기가 있는 나는 늘 회사 입구에 비치되어있는 검은색 장우산을 들고 이동을 했다. 우산을 들 수 없을 정도로 짐이 많다면 나는 오롯이 그 햇빛을 온몸으로 받아내야만 하는 고통을 느꼈다. 아무도 모른다. 이미 이야기를 했음에도 사람들은 나의 고통에 관심이 없었다. 일반적인 사람들처럼 나를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햇빛 알레르기가 있다는 말을 하고 나서야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은 모두 소용이 없었다. 이미 내 마음은 닫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개월 동안 느낀 것이 너무나도 많다. 그리고 나에게 새로운 세상을 알려주었고 새로운 세계를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주었다. 그래서 나는 그들보다 더욱더 끈끈한 유대감이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있고 그들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 관계가 언제 사라질지, 토라질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나에게 붙잡을 수 있는 밧줄이 하나 더 생겼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이고 내 인생을 돌이켜봐도 이렇게 여유롭고 보람차다는 느낌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앞으로 내 세상은 어떻게 될까. 이 정도가 되니까 앞으로 어떻게 만들어질지 너무나도 궁금하다. 더 오래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는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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