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이라는 것은

그간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만 했지 좋은 사람이 가진 성향이나 성격, 그들이 생각하는 것, 그들이 말하는 것을 생각해본 적은 없다. 그리고 더 바보 같았던 것은 좋은 사람의 기준이 무엇인지도 몰랐다는 거다.

크립토 씬에 잘 들어왔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다. 나의 보잘것없는 능력을 알아봐 주고 괜찮다, 잘하고 있다, 잃으면 안 되는 내 가족이다라는 말을 듣게 된 이후로 나는 이 씬에 들어온 것을 정말 잘했구나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짧은 찰나의 시간이었지만 그 시간들이 나에게는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고 그 순간 들었던 무수한 말들은 나에게 하나부터 열까지 도움이 되는 말들이었다. 나를 위로하는 말들이었다. 어느 한 마디의 말도 포기할 수 없었을 정도로 큰 존재감을 가진 말들이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좋은 프로젝트에서 좋은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사람들과 좋은 것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고민하는 단계에 있다. 이 모든 것이 하루아침에 일어난 일은 아니지만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생각이 바뀌는 게 참 신기하기만 하다.

어제는 오프라인 밋업을 다녀왔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함께 같이 이야기도 하고 회의도 했다. 나는 기본적으로 사람을 믿지 않는 습관 때문에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너무나도 심한 편이다. 내 입으로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어느샌가 나는 사람에게서 에너지를 받고 사람에게서 행복감을 찾고 있었다. 내가 필요로 하는 모든 순간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 이렇게나 행복한 일이었구나라는 생각도 했다. 나는 사실 살아가는 것에 대한 미련도 목표도 욕심도 없다. 살아지면 살아지는 대로, 살지 못한다면 살지 못하는 대로 운명을 받아들이려고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런가 돈도 사람도 성공도 모든 것에 미련이 없다. 하고 싶은 것도 없다.

집을 사야겠다, 차를 사야겠다, 명품을 사야겠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고민하는 것은 불안과 아주 가까운 것들이다. 태풍이 올 때 집이 미세하게나마 흔들리는 것을 느끼고 그로부터 시작된 불안이 너무나도 커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생각을 걷잡을 수 없다. 집이 흔들리면 무너지진 않을까, 아파트 설계는 어떻게 된 걸까, 이 아파트는 괜찮을까, 아파트가 흔들려서 고꾸라지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불안과 걱정, 고민을 무수히 많이 한다. 사실 크게 걱정할 문제는 아니다. 아파트가 아주 미세하게나마 흔들릴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아파트가 무너진다는 사실을 가져다주진 않는다. 사실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나는 집에 있으면서 태풍 기간에는 정말 흔들리는 것을 느꼈는데 그것은 내 착각일 수도 있고 잘못 느꼈을 수도 있다.

그냥, 내 인생은 왜 이렇게 불안함이 많은 걸까 싶다. 늘 걱정이 많고 매 순간 불안과 근심이 많다. 좋은 생각을 하다가도 문득 뒤돌아보면 불안해지고 모든 것이 다 무서워지기 시작한다. 지금 그 파동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것 같다. 불안하고 행복하고 불안하고 죽을 것 같다. 나의 삶은 그것의 매일 반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