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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Oct 04. 2022

괜찮다는 말

나는 지금 괜찮다는 말이 필요한 건지도 모르겠다. 너무나도 많은 방황을 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사람을 만나고 있더라도 내 안에서 해소되지 않는 무언가의 불안과 두려움이 엄습해있다. 누군가처럼 성공한 인생이 아니기 때문에, 성공할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는 항상 두려움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 같다. 나를 이루는 모든 환경들이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것만을 바라고 싶지만 사실 그 무엇보다도 나 자신이 준비되어있지 않다.


꾸역꾸역 살아내는 것 같다. 살아낸다는 말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나는 미래를 대비하려고 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하루하루 불안한 채 살아가고 있다. 미래에 대한 대비책 혹은 당장 내일 내가 무슨 사고가 나더라도 나는 후회 없지만 그것에 대한 대비가 하나도 되어있지 않다. 물론 이렇게 글을 쓴다는 것이 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이런 사람인 것 같다.


무수히 많은 글을 쓰고 크립토 프로젝트를 하고 몸이 나빠지는 것을 하루하루 느끼면서 나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더욱더 미궁 속에 빠지곤 한다. 요즘 생각이 많고 무슨 글을 써야 할지 고민이 많아서 글을 쓰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할 때가 있다. 글을 어느 정도 길게 써야 나 자신이 만족하는 것도 있지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다. 그것은 힘들지 않아서 과거의 기억이 자꾸만 미화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더 힘들고 더 외롭고 더 아파야만 한다. 오히려 행복한 삶은 나에게 맞지 않는다. 안정적이고 완벽한 경제활동을 하는 삶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나에게 주어진 삶에서 살아내는 것을 좋아하고 그래서 그런가 소박한 것을 좋아한다. 굳이 맛있는 음식을 먹지 않아도, 비싼 술을 먹거나 값비싼 점심 저녁을 먹지 않더라도 나는 지금 삶이 보통의 삶이라고 생각한다. 오죽했으면 몸이 안 좋아서 약을 먹었음에도 갑자기 글을 쓰고 싶다는 충동에 음악을 틀어두고 글을 쓰고 있다.


나는 꿈이 없지만 내가 언젠가 죽을 때가 되기 전까지는 나와 수준이 맞는 사람과 두런두런 차분하고 조용하고 속도가 조금 느린 대화를 하면서 삶을 살아가고 싶다. 말을 빨리 하지 않아서 답답하다는 말을 듣지 않아도 묵묵히 기다려주는 그런 분위기가 좋다. 나이가 들은 탓일까 혹은 내가 바라는 정체성이 달라진 걸까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나는 변한 것 같다. 한마디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어떻게든 변하긴 했다.


그것만으로도 만족한다. 조금 더 냉정하게 현실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다. 이렇게 말을 하는 것처럼 현실을 살아가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찌어찌 살아간다. 또 자고 일어나면 이 시간이 후회되거나 앞으로 미래가 어떻게 될지 막막한 내가 오늘의 하루를 또 책임지고 망가뜨리겠지. 그뿐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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