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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Oct 05. 2022

am 02:58

요즘따라 하는 일마다 뭔가 고꾸라지는 것 같고 슬픔에 잠식된 기분이다. 사실 하는 것도 없지만 여기저기서 많은 눈이 나를 쳐다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고 내 선택이 맞는지 틀린지 나의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없다는 것을 느낀다. 나의 모든 감정은 그런 것 같다, 그런 생각이 든다라고 예상을 할 뿐이지만 생각보다 이 감정들이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출근을 위해 버스를 타러 가려다가 싸한 느낌이 들어 고개를 돌리면 저 멀리서부터 버스가 오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인지한 순간에는 이미 6차선 혹은 그 이상의 차선을 가로막고 있는 신호등이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무심하게도 그 버스는 빠른 이동을 위해 순식간에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렇게 나는 또 허망하게 15분을 기다리게 된다. 그런 경우가 종종 있다. 마치 여자의 직감이라는 것을 사용하듯이 나는 그렇게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요즘 마음을 기댈 곳이 없다. 내가 맡고 있는 프로젝트의 소중한 사람들도 있지만 그것과는 모든 것이 별개로 모든 시선들이 모든 감정들이 하나하나 곱씹을 수 있을 정도로 세세한 감정이 느껴지는 것 같다. 비단 성공해야지, 돈을 많이 벌어야지 하는 감정들이 아니라 그보다 더 딥한 감정 속으로 빠져드는 것 같다. 이 사람의 감정과 이 관계의 감정과 설명하지 못하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이 감정들을 어떻게 털어내야 하는지 방법은 모른다. 털어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모든 것을 포기하고 죽음을 택하는 편이 맞는지 혹은 내가 더 육체적으로 고통스러워지면 모든 감정들을 감사하다고 느끼게 될지도 모르겠다. 사실 나는 일부러 힘들고 싶어서 내 몸을 괴롭힐 때가 더 많았다. 지금 그러지 않는 이유는 나의 삶이 여유롭거나 살만하니 그러지 않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에 막혀있다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사실 하루하루 살아가다 보니 그렇게 하는 것이 맞는 건가라는 물음표가 내 머릿속을 휘젓고 다니기 시작한 이후로는 망설이기 시작했다. 용기가 많이 사라진 탓일까. 그건 아니다. 용기라기보다는 어떻게든 이것이 발각되어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다거나 들켜서 혼이 나거나 할 수 있는 쓸모없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되는 것 같다.


나는 사실 여기까지 글을 쓰면서 제목을 아직도 정하지 못했다. 내가 쓰려고 하는 글이 무엇인지 내가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외로움인지 애정결핍의 끝인지 삶의 끝인지 사회에서 도태되어 결국 혼자가 되어버리는 히키코모리의 인생이 되는 것인지조차 예상할 수 없다. 가장 큰 불안감은 외로움과 인간관계 그리고 사회생활이 가장 큰 것 같다.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정신이 늘 여러 곳으로 분산되어있다.


내가 느끼는 감정에 만족을 하고 싶다. 더 나은 선택지를 위해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주어진 삶에 감사하고 겸손하고 싶다. 나도 이만하면 잘하고 있구나 나름 잘 살고 있구나라고 나 자신이 나를 이해해주고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하지만 나는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같다. 나와 마주하는 모든 사람에게 민폐를 끼치고 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나는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 나는 지금 더 많은 것을 바라기 전에 나 자신의 내실을 다져야 하지만 내실을 다지고 나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모른다. 그래서 쉬운 방법인 삶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이렇게 풀리지 않는 감정들이 머리끝까지 차오르는 날에는 그런 생각들이 더 충동적으로 든다.


이제 곧 새벽 세시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머릿속을 정리하지 못했고 아직까지도 제목을 정하지 못했다. 나는 지금 뭘 하고 있는 걸까. 뭘 하고 싶은 걸까. 정말 한심하고 바보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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