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mpty Oct 10. 2022

완벽한 날

요즘 나의 날들은 모든 것이 완벽하다. 완벽히 무너졌다. 이렇게 무너질 수 있는 게 맞는 건가 싶을 정도로 완벽하게 무너져버렸다. 무너지고 있다. 무너지고 있지만 이 무너짐이 허술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너무나도 완벽히 무너져 내리고 있다.


10월은 연휴가 많은 달이기 때문에 무너지는 것을 더욱더 잘 느낄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쉬는 날이 무너지기 더 쉬운 것 같다. 해이하다는 것이 나를 가장 잘 표현하는 것 같다. 나는 혼자 있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이제는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서 괜찮아진 줄 알았는데 그 또한 아니었다. 또다시 무너지고 또다시 일어서겠지만 이번 무너짐은 다시 일어나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누군가가 무슨 도움을 주더라도 나에게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가 그들의 손을, 도움을 붙잡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피해 주고 싶지 않다.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전해줄 수 있는 것이 도움이라고는 하지만 나에게는 그 또한 필요 없다. 내가 도움을 받고 싶은 것이 아니라 나에게 주는 도움이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안다. 그 도움을 손길을 받아봤자 나는 지금과 상황은 비슷할 것이다. 나 자신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그걸 하지 않는다. 못 하겠다. 방법도 모르겠고 그렇게 바뀌어서 노력하는 삶을 사는 것에 목매고 싶지 않다.


나는 지금 삶으로도 충분히 무섭고 버겁고 불안하다. 돈이 부족하지 않게 있어도, 무슨 일이든 함께하자고 옆에서 손을 잡아주고 어깨를 내어주는 사람들을 보더라도 나에게 안정을 가져다줄 수는 없다. 나 자신이 해결해야 할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언제까지 이러고 불평불만을 가지고 살아갈까.


나아지기 위해서는 목숨만큼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 간단한 사실이 나를 억누른다.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은 과연 누구의 책임일까. 답은 간단하다. 나 자신이다. 결국 돌고 돌아 나를 싫어하고 나 자신을 혐오하는 이유는 거기서부터 시작됐다.

작가의 이전글 요즘 드는 생각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