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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Oct 23. 2022

이런저런

요즘은 글을 못쓰고 있다. 비단 글만 못쓰고 있는 것이 아니라 글도 못쓰고 아무것도 하고 있질 않다. 아니 못하고 있다. 나는 사실 안 하고 있는 걸까 못하고 있는 걸까. 사실 요즘 이전보다 더 정신이 없고 하루가 너무 빠르다는 느낌을 받는다. 나이가 그만큼 들었기 때문에 하루가 긴 탓일까. 모르긴 몰라도 이전보다 확실히 시간은 빠르게 흐르는 것 같다. 잠을 자건 술을 마시건 무슨 일을 하지 않더라도 시간은 금방 지나가는 것 같다. 이 느낌이 시간은 늘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말과 일맥상 통하는 걸까 싶은 생각도 든다.


퇴사 관련해서 회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새로 만나는 사람에게 회사 소개부터 인수인계를 위한 모든 정보를 넘겨주다 보니 나는 이렇다 할 시간이 없다. 그리고 근무지를 옮기면서 그간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싶어서 연차를 쓰려고 하지만 그것을 언제 써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무기력함과 무언가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아무도 나에게 하지 말라고 이야기 한 적 없고 오히려 휴식을 종용했다. 너무 힘들었을 거니까 쉬고 다시 돌아와도 된다. 일단 연차는 그동안 일하면서 쌓인 보상 중 하나니까 연차를 쓰고 휴식을 취해보고도 나아지지 않으면 그때 퇴사 결정을 해도 되지 않겠냐는 같은 팀원의 말로 인해 나는 일단 그렇게 해보기로 했다.


나의 연차는 아마도 6-7개 정도가 될 것 같은데 사실 그 정도만 쉬고 돌아와서 내가 온전히 집중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다. 고민이 아니라 걱정과 불안 기타 다른 부정적인 감정들 일 것이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안다. 사실 지금 나에게 응원을 해주는 팀원들에게 너무 고맙다. 사실 7개월의 이야기를 한마디로 정리해서 글을 쓰고 싶지만 그 과정에서 나오는 내용들이 너무나도 많고 장황하기 때문에 다 적을 수는 없고 그냥 나는 그동안 너무 고생했다는 사실이다. 고생이라기보다는 7개월 동안 어찌어찌 버텨낸 것 같다. 잘 버텼는지는 모르겠다. 하루하루 눈칫밥을 먹으면서 살아갔어야만 했고 돈을 벌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말로 포장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여기저기 얽혀있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기 때문에 그만두고 싶어도 속앓이를 했었어야만 했고 아무에게도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오며 가며 안부를 묻는 사람들과 밥을 함께, 커피를 함께 먹자고 말을 걸어주는 사람들에게는 이 과정들을 모두 설명할 수 있었다. 내가 이런 과정에 놓여있고 퇴사를 고민하고 있다고 이야기를 했을 때 사람들은 정말 대부분의 사람들은 왜 그만두냐며 나보다도 더 펄쩍 뛰었다.


나에게 그런 말을 해준 사람들의 보통의 경우에는 모두 이해해주고 헤아려주려고 노력했던 사람들이다. 평소에도 이런저런 일들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우직하게 지켜보고 기다려주었던 사람들이었고 일련의 사건사고들을 겪고 난 뒤 나의 마음과 정신이 피폐해질 때 퇴사를 하겠다고 이야기를 하니 마치 모두가 자기 일인 것처럼 발 벗고 도우려고 했다. 사실 그들이 주는 도움을 받을 수도 없었고 내부적으로 이미 곪아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누군가의 개입도 누군가의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들도 소용이 없었다.


그렇게 오롯이 퇴사를 기다리고 있는 와중 새로운 인계자와 회사 내부를 돌아다니니 그 모습이 신경 쓰였던지 많은 사람들은 아니었지만 오며 가며 나에게 말을 걸어주었고 퇴사가 언제냐, 언제까지 나오는 거냐라는 말을 많이 들었고 연락처를 물어보고 저녁이나 커피, 점심이나 술이나 한 잔 하자며 친근함을 나타내 주었다. 나는 그렇게까지 해주는 해주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고마웠고 감사했다. 적어도 나에게 호의적인 사람들에게 비치는 나의 모습은 열심히 아주 완벽히 일을 처리할 순 없었더라도 그들에게는 나쁘지 않게 보였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어서 꽤나 뿌듯했고 너무나도 보람찼고 너무나도 고마웠다. 이렇게 하는 거 아무것도 아닌데요라고 하는 사람의 등을 토닥거리면서 이렇게까지 해주셔서 너무 고맙고 감사해요-라고 나는 답변했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엄한 곳에서 뺨을 맞고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위로를 받을 수 있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요즘의 나는 정말 힘들구나,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나는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것이 없는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것이 없는 것도 맞는 말이지만 나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나라는 인간이 싫어하는 것들을 정리하기도 정신없고 머리가 터질 것 같으면서도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주기적으로 신경을 써야만 하고 주위 사람들까지 신경 써야 한다. 머리가 터지지 않고서는 버틸 수가 없다. 가을이 된 이유로 알레르기가 심해진 이유도 있겠지만 아직까지도 나는 약에 의존하며 하루하루 버틴다. 잠이 오지 않을 때는 감기약과 수면제를 먹고 자고 코가 막힐 때는 비염약을 먹고 너무 힘들 때는 간장약을 먹곤 한다. 그렇게 하루하루 버틴다. 그렇게 평일 비즈니스 데이를 보내다 보면 주말이 찾아온다. 그렇게 주말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술을 마시고 새벽을 꽤 오래 혼자 보낸 뒤 점심시간이 다 지난 후에야 기신기신 일어난다. 이 패턴이 좋지는 않지만 나쁘지도 않다. 약에 취해 헤롱헤롱 거리는 것이 꼴 보기 싫을 때도 있지만 나에게 정신을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이 뭐냐고 묻는다면 이런 패턴밖에 없다.


나는 지독한 이 생각들 속에서 이겨내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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