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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Oct 26. 2022

휴식 그리고 여행

나는 글을 쓸 때 아주 상세히 적어 내려가는 편이다. 그래서 상세히 하나하나 모든 것을 적고 기록해야만 만족감이 드는 사람인데 이번 글은 어떻게 써 내려가는지 나조차도 판단을 해봐야 할 것 같다.


여러 가지 계기로 인해 회사를 이직하기도 하고 그로 인해 7개월 동안 일을 한 대가의 보상으로 연차를 사용하려고도 한다. 어쩌다 보니 프로젝트를 정리한 돈으로 여행 경비를 충당할 수 있었고 그동안 많은 돈은 아니지만 모아둔 돈으로 여행을 가고 싶다는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사실 나에게 여행이라는 것은 너무나도 익숙하지 않은 매개체이기 때문에 계획을 짜거나 여행 가는 곳의 숙소, 맛집, 관광지 등을 알아보고 계획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편이다. 어려운 것이 아니라 아예 못한다.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마음대로 되질 않는다. 음식점 하나를 찾기 위해서는 평점과 리뷰를 하나하나 뜯어봐야 하는데 그것을 잘할 자신도 없고 그것이 곧 스트레스로 연결되는 것을 나 자신이 느낀 이후에는 굳이 그런 것에 리소스를 쏟으려 하지 않았다.


결국 여행지는 일본 오사카가 되었다.


여행은 여자 친구랑 같이 가게 되었고 계획 같은 것은 그녀가 모두 짜는 것으로 했고 디테일한 것의 확인은 내가 해주고 전체적인 분위기나 흐름은 내가 잡는 식으로 서로가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경비나 계산 같은 디테일이 필요한 부분은 내가 더 신경 쓰고 있고 계획 짜는 것을 좋아하는 여자 친구는 그것을 하기로 했다.


사실 나에게는 여행이라는 것이 그렇게 와닿지 않는다. 여행을 가본 적이 있었어야 무슨 말이라도 하던가 짬바라도 있던가 할 텐데 우리 가족으로 한정 짓는다면 여행을 절대 가지를 않았고 아주 어렸을 때 제주도를 간 것을 마지막으로 여행을 간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지금 집으로 이사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봤던 엄마의 화장대 유리 아래 깔려있는 제주도에서 찍은 가족사진을 마지막으로 어느 무엇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여행이란 것과 자연스럽게 멀어졌고 현생도 살아내기 힘든데 여행은 무슨-이라는 생각으로 여행은 꿈도 못 꾸고 살았었다. 나에게 여행은 곧 여유로운 생활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지금 퇴사를 하네 마네 하며 연차를 쓰며 여행 계획을 짜고 있다. 심지어 백신을 1차도 맞지 않아서 pcr검사를 해야 하는데 72시간 한정 서류에 6만 5천 원이라는 돈을 써야 한다는 것이 너무나도 스트레스지만 어쩔 수 있는가. 내가 주사를 맞지 않은 것이라 누군가를 탓할 수도 없고 그저 나 자신을 탓할 수밖에 없다. 탓을 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럴 수 있는 것은 경제적인 여유가 있을 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이유로 다음 주에 일본으로 출발하게 되었다.


그 일본으로 가는 여행이 나에게 어떤 생각들을 심어줄지 모르겠지만 일단 가보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기도 하지만 이대로 살아가다간 목숨을 잃을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서 어떻게든 휴식이 필요한 것 같다. 이렇게 저렇게 휴식을 취해서라도 나의 감정이나 의욕이 돌아오지 않으면 그저 모든 것을 포기하는 방법밖에는 남아있는 게 없겠지만.


사실 나는 그 상황이 가장 무섭다. 뭐 어떻게 해결이 될 수 있는 문제가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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