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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Oct 26. 2022

아무것도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제목 그대로 아무것도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문득 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생각은 어려서부터 신발이나 남들에게 보이는 것들이 이뻐 보였으면 했었고 남들과 다르게 멋없게 보이는 것이 너무나도 싫었다. 그래서 신발이나 옷을 사러 가면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었다. 그것들이 마음에 들지가 않아서가 아니라 내가 신어보고 입어보고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아하니 너무나도 별로였기 때문이었다.


그런 모습의 연장선으로 한 번에 구매를 했던 적은 없다. 두 번이고 세 번이고 매장에 계속 들러 마치 명품 매장의 유리창에 기대어 침을 흘리는 사람처럼 구경하기 바빴다.


하지만 그간 생각해오고 느꼈던 감정들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람들이 멋지고 화려하고 이쁜 신발이나 옷, 가방 등으로 자기 자신을 꾸미고 다니는 사람이 있는 반면 아무 생각 없이 편한 것을 추구하여 앞뒤 안 가리고 신고 입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는 것뿐이었다. 내가 그동안 반평생 동안 그런 것들을 사면서 남들 시선을 의식했던 시간들은 사실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 같다. 누군가에게 더 이뻐 보이기 위해,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인정받기 위해서 조금 더 무난하게 이쁜 옷을 신발을 바랐던 것뿐이지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내가 고르는 모든 것이 남들이 보기에는 실패한 선택이라고 생각하게 될까 겁나서 그동안 소비한 감정들의 원인을 찾지 못했었는데 사실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하고 기본적으로 남들은 나에게 그다지 큰 관심이 없다.


그 지독히도 당연한 사실을 이제야 아주 조금 깨달았다. 그것도 누군가가 알려줘서 눈치를 챈 것이 아닌 나 자신이 느끼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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