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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Nov 05. 2022

일본 여행

10월 31일부터 11월 3일까지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 사실 나는 31살이 되는 순간까지 여행이라는 것을 많이 가보질 못한 사람이다. 뭐, 어렸을 때는 부모님과 함께 가는 여행이 전부였을지 모르겠지만 성인이 된 이후 해외를 나가본 적이 딱 두 번있다. 세부를 한번 다녀왔고 이번에 일본을 다녀왔다. 아, 물론 가족들이랑 다녀온 일본 여행은 제외하고서 말이다.


여행을 가기 전부터 무수히 많은 장애물들이 많았다. 회사에서는 연차를 그렇게 오래 쓰면 회사 사람들이 좋게 볼 것 같지 않다는 말부터 인수인계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까지 모든 것이 나에게는 스트레스였다. 정말 다행히도 나에게는 6일이라는 연차가 있었고 그것을 쓰는 것에는 문제가 없었다. 다른 많은 사람들이 도와주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는 어디 여행을 다녀와서 내가 속한 팀의 팀원들에게 줄 선물을 사본 적이 이번이 처음이다.)


여행 당일엔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부랴부랴 준비를 해야 했었고 공항버스를 타고 공항에 가서 수속을 하고 해가 뉘엿뉘엿 뜨는 것을 바라보다 비행기를 탔다. 비행기에서는 멀미를 해서 두통약을 받아먹었고 오랜만의 여행이라는 긴장감이었을까 비행기 좌석마다 있는 테이블을 펼쳐 엎드려 잠을 청하곤 했다. 그렇게 일본에 도착해서 코로나 검사지를 제출하고 이런저런 수속들과 같은 모든 것이 다 끝난 이후에 일본에 정식으로 입국할 수 있었다.


정말 신기했다.


일본이란 나라를 미성년자 때부터 온 것을 포함하면 4-5번은 왔을 텐데 올 때마다 늘 신비로운 곳이라고만 느낀다. 어쩜 이렇게 도로가 깨끗하고 사람들이 다니는 곳과 지하철이 그렇게 깔끔하고 친절할 수 있을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심지어 한국의 이태원 사태를 일본 현지 방송에서는 당연하다는 듯이 틀어두기 바빴고 음식점에 갈 때마다 일본 현지에서 한국의 이태원 거리를 계속해서 보곤 했다. 그만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뒤늦게 준비하려는 듯한 느낌이었다. 실제로 일본 이태원을 진행한 날에는 대형 경찰 버스 3대와 일반 경찰차 2대가 와서 통제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경찰이 통제를 하더라도 기본적인 시민의식이 있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너무나도 질서 있게 행동하는 사람들을 보고서는 나도 느끼는 바가 너무나도 많았다. 이래서 일본이 다른 것은 모르겠지만 시민의식이라는 부분에서는 아주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이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정말 멋있었고 존경할만했다. 독촉하지 않고 기다려주고 하염없이 느리더라도 기다려주는 그런 문화가 나는 너무나도 소름 끼치게 좋았다.


그렇게 여행을 다니다 어제저녁 한국으로 귀국했다. 정말 많은 일이 있었지만 이번에 가장 많이 느낀 점은 행복은 역시나 별거 없는 것이었구나, 나를 지탱하고 나를 지지하고 나를 만들어나가는 것들은 정말 사소한 것이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타지에서 돈을 많이 쓰고 가족들과 지인들의 선물을 사는 일련의 행위들이 좋기도 하지만 여행지에서 느끼는 감정들이 정말 많고 그 여행지가 추구하는 감정이 나와 비슷하다면 그것은 정말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느끼고 돌아올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번 여행에서 어떤 것을 배우고 느끼고 돌아왔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치열하고도 바쁘고 빠르고 정신없는 대한민국의 사회를 벗어나 느리고 돌아가는 일본의 문화와 속도를 느꼈다는 것이 그리고 그들을 토대로 내가 어떤 성향인지를 더 알게 되어서 기쁜 마음도 있다. 육체적으로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고는 말하지 못하겠지만 여러모로 많이 깨닫게 된 여행이었다.


이제 다시 0부터 시작해야겠지. 아직 그럴 힘까지는 보충하지 못했지만 어떻게든 가능하겠지. 나는 이번 여행을 계기로 디지털 노마드가 되어 일본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 정도로 나에게는 정말 많은 영감을 준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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