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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Nov 30. 2022

삶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은

살아간다는 것은 무수히도 많은 것을 대변하는 것 같다.


나는 요즘의 삶을 놓고 보면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고 있고 열심히 적응하려 애쓰고 누구보다도 내가 가진 것을 휘발시키기 위해 휘발시키다 나 자신까지 같이 휘발시킬 수 있을 정도로 무언가 열심히 하고 있다. 사실 나는 열심히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그동안 나의 삶과 비교하면 열심히 살고 있긴 하다.


한창 좋아하던 술을 서너 병 마시고 출근하던 때와는 느낌 자체가 달라졌고 이제는 술을 마셔서 피곤하고 잠을 못 자서 더 피곤하다는 생각보다는 그저 내 체력이 많이 저하되었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그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너무나도 감정이입과 모든 것을 다 쏟을 만큼 무언가를 다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나는 나 자신을 두고 '최선을 다했다' 혹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는 말을 할 수 없다.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나의 시간과 나의 매일을, 나의 인생을 어느 정도 포기하고 다른 것에 투자한다는 것밖에 되지 않는 것 같기 때문에 나는 최선을 다하지는 않는 것 같다. 최선을 다했다고 표현하고 싶을 때도 물론 있다. 하지만 그런 표현을 쓰면 나는 어찌 됐던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보이는 것은 이런 것뿐인가?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최선을 다했음에도 이것밖에 못했어?라는 말을 듣는 것이 너무나도 싫었다. 아니 지금도 싫다.


아빠가 살아계실 때만 하더라도 허들이 굉장히 높았기 때문에, 그리고 아빠는 사업체를 운영하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눈이 높았다. 사람을 보는 눈도 높았고 업체를 바라보는 눈도 높았다. 그런 사람들만 만나오다 하나의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아들을 보니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아 할 수도 있었겠다 생각이 든다.


요즘 내가 마주하는 것들은 삶의 유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세상이 나타날까 하는 걱정 어린 시선들에서 비롯된 것들이 많다. 요즘 스타트업이 시름시름 앓고 투자도 받지 못하고 심지어는 매각 소식까지 간간이 들려온다. 정말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회사들이 무너지는 것을 차례대로 보고 있노라면 경기침체와 더불어 어떠한 문제들이 같이 겹쳐오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물론 사업체를 운영하는 그리고 사업체의 주체로서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은 누구보다도 더 많았던 것 같다.


모르겠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이, 시간을 쏟고 있는 것이 올바른지는 모르겠다. 누군가에게 확신을 받고 싶지만 받을 수 있는 확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더욱 통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그냥 반 포기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어질 정도로 포기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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