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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Dec 18. 2022

늙어간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처럼 하루를 살아가다 보면 늙어간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체감하게 되는 것 같다. 인스타그램의 스토리나 유튜브의 쇼츠를 보기만 해도 어리거나 젊은 사람들은 계속해서 나타나는 것을 보기만 하는데도 왜 이렇게 내가 상대적으로 무너지는 건지 모르겠다.


물론 이쁘고 어리고 피부 좋고 옷 잘 입고하는 것을 질투하는 것이 아니다. 결국 인간의 삶이라는 것은 태어나 살고 살다 보면 늙고 늙다 보면 결국 세상을 등지고 떠난다는 어찌 보면 가장 단순하고도 이해하기 쉬운 일이다. 나는 몇 년 전부터 이 사실을 부정하기 시작했다.


정확히 어떤 부분을 부정했느냐 묻는다면 일단 첫 번째로 인간이 늙는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고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인간은 왜 늙어야만 하며 왜 시대에 뒤처지는 인간이 되어야만 하는가에 대한 물음표를 달고 산 사람 중 한 명이다. 비교가 될지 모르겠지만 옷을 사러 동묘를 가면 그런 느낌을 정말 많이 받는다. 비단 그 생각이 ‘동묘’라는 장소를 갔기에 떠오른 생각이 아니라 종로, 종각, 서울역, 성북 등 노인 인구가 많은 곳을 가보니 그리고 그런 곳의 일대인 노원구에서도 평생을 살아보니 어쩔 수 없는 생각이 드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인간은 왜 늙어야만 하는 걸까? 물론 늙어도 늙지 않게 관리하는 연예인처럼 살아갈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마주하는 노인들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주어진 것에 만족하며 사는 것 같다. 마치 노인이 된 자기 자신을 책임지고 있다는 생각에 옷도 빨지 않고 며칠씩이나 입고 그런 게 아닐까 싶다.


나는 그런 삶이 싫다. 하지만 나도 늙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 사실을 부정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렇게 치열하고 생존본능에 의해 살아가려는 삶은 나에게 맞지 않다는 말을 하고 싶었을 뿐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엄마에게 그런 말을 했고 나의 엄마도 그런 말을 했다.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사는 것은 고통이다.”라는 말을 너무나도 공감했고 이해했다. 건강하고 돈이 많고 인생에 만족하는 사람은 물론 그렇게 살아도 후회도 없거니와 더 오래 살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무언가 더 열심히 살지 않으려고 했었던 것 같다.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없다. 지금 사회생활을 하며 버는 돈으로 집을 살 생각을 하지도 못하거니와 여행도, 내가 가지고 싶은 것들도 자유롭게 사지 못하는 삶이다. 그런 상황에서 노인들은 살아갈 방법이 있긴 할까.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것들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살고 싶다는 마음보다 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더 강할지도 모른다.


그게 나의 마지막 그리고 인생의 끝의 순간에 도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아프다. 어려서부터 4호선을 탈 때마다 노숙자나 돈을 구걸하는 노인들이 많아 그것을 보고 자라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처절하게 더럽게 사느니 짧고 굵게 살다 죽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하고 싶은 것도 없고 해내고 싶은 일도 없고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다.


그리고 가장 큰 사실은 어린아이들이 계속해서 나타난다는 것이 나에게는 일면식도 없는 존재들이지만 괜히 나도 모르게 의기소침해진다. 거울을 보면 누가 봐도 아저씨처럼 생긴 사람이 눈을 게슴츠레하며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보면 이 사람은 어느 삶에서 태어나더라도 성공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뿐이다.


태어나는 존재들과 앞으로 살아가는 존재들을 부정하려는 마음은 전혀 없다. 구청이나 동사무소를 가더라도 이제는 4-50대의 직원들보다 2-30대의 직원들이 더 많아졌음을 느낀다. 그런 것들을 보면 나는 이 세상에 적응하지 못해 떠난다는 사실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비유하자면 한 회사에서 30년을 다니다가 어리고 능력 좋은 인재들이 나타나서 내가 떠나야만 하는 상황이 되어가는 것 같은 마음이 드는 게 슬프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한다. 나는 왜 이렇게 태어났을까. 나는 조금 더 멋진 사람으로 조금 더 이쁜 사람으로 태어날 수는 없었을까 하는 생각. 하지만 조금만 생각을 달리 해보자면 그것은 다 내가 노력하지 않음에서 비롯된 일들이다.


그러니까, 누구를 탓하겠냐고 나 자신을 탓하니까 내가 살고 싶지 않은 것뿐이지. 바보 같지만 너무나도 명확한 사실이라 누군가에게 하소연할 수 없다.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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