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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Jan 22. 2023

사는 곳이 중요하진 않지만

 1인가구 메카인 신림동에서 약 1년 정도 혼자 살고 본가에 돌아와 가족들이랑 같이 사니까 느낀 점이 정말 하루가 멀다 하고 많아졌다. 신림에서 살았을 때는 2호선 신림역을 3분 만에 갈 수 있어서 정말 초역세권이었는데 본가에 들어온 이후로 지하철 역까지 버스를 타고 가야 하고 지하철에서는 또 많은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지하철을 기다려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번거로운 것도 이유이지만 여러 번 타야 한다는 것도 번거롭지만 결국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과 지하철을 기다리는 시간이 계산이 되지 않아 출근하는 것을 계산할 수가 없다. 그게 가장 큰 단점인 것 같다. 물론 집이 좁아서 세 가족이 사는 것이 힘들긴 하지만 그것은 어떤 이유 때문이므로 누군가를 탓할 수가 없다.


요즘 출퇴근을 하면서 마주치는 장면이 수많은 꼬마빌딩과 3-4층 되는 신축 빌라 사이를 걸어 다닐 때마다 저런 곳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아가는 걸까 하는 생각을 매우 많이 한다. 4층짜리 신축 빌라에 살던 어느 친구를 알고 지냈을 때는 자기 집으로 술 마시러 가자고 했었을 때 집 앞에서 들어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했다. 기본적으로 빌라는 크기가 아파트처럼 넓지 않기 때문에 외부인이 방문하기에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아니 솔직히 부담스럽다. 화곡동에 살던 한 친구의 집에 갈 때도 무척 고민이 많았다. 주변이 온통 공사 중이었는데 그 도로에 있는 아파텔 (아파트+오피스텔)이라는 곳을 처음 봤고 들어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정말 많이 했고 결국 들어갔다.


솔직히 그 친구의 집은 그렇게 좁은 편은 아니었지만 교통편과 외부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랬는지 부정적인 생각이 많이 들었다. 솔직히 지금 말하자면 철이 없었을 때였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빌라에 사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으로 사는지 궁금하다. 물론 빌라에 사는 사람들을 모두 비하하거나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살기 위해서는 자가로 아파트를 마련하는 것이 불가능해서 그런지 빌라에서 아파트로 넘어갈 수 있는 걸까? 정말 개같이 일을 많이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저런 사람들은 그런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든다. 우리 집이 여유로워서 이런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나는 요즘 꼬마빌딩이나 작은 빌라를 볼 때마다 저런 부정적인 삶에서도 사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텐데 나는 과분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한다.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삶을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나가서 혼자 원룸살이를 하자니 돈벌이가 누구보다도 여유로운 것도 아니고 삶으로 그리고 경제적으로 온전한 독립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나가는 것이 더욱더 바닥을 기는 삶을 사는 것 같다.


그러니까, 아파트에 가족들이랑 살면 물론 좁고 스트레스를 받고 살겠지만 경제적으로는 어느 정도 돈을 세이브할 수 있다는 장단점이 있다는 것이 있는 것 같다. 오랜만에 쓰는 글이라서 무슨 말을 하려는지 나도 모르겠지만 이것은 정말 삶의 매너리즘이 아닐까 생각한다. 돈을 벌고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가득한 삶을 살 것이냐, 돈을 아주 적당히 벌고 정신적으로 독립된 삶을 살 것이냐의 기로에 서있는 것 같다.


이도저도 아니라면 이런 삶이 끝나버리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너무 늙어버리면 그것 또한 삶의 스트레스가 될 것이고 늙은 삶에서 젊은 사람들을 보면 그것 또한 괴로워서 포기하고 싶은 삶이 되어버릴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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