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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Feb 21. 2023

부족함 그리고 도태되다.

요즘 정말 내가 부족하다는 걸 너무나도 실감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피부로 느끼고 있다. 다른 사람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고 남들처럼 평범하게 일을 해내지 못한다는 것에 나 자신을 굉장히 비하하기 시작했고 세상과 동떨어진 사람이라고 치부하고 있다. 물론 더욱더 이전의 나의 모습보다는 지금이 훨씬 낫다. 나의 과거를 아는 사람은 극히 한정적이기 때문에 지나가는 사람들이나 마주치는 사람들이 보통의 위로를 건네주곤 한다. "그렇게 생각하지 마세요, 잘할 수 있어요!"라는 무의미한 응원과 위로는 사실 나에게 와닿지 않는다. 와닿더라도 표면적으로 너무 감사합니다. 덕분에 마음의 안정을 찾았어요-라고 말하곤 하지만 그 말의 무게는 그 말을 꺼내는 그 순간만 유효하다. 나는 누구보다도 빈말을 못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말을 구태여 포장해서 말하지는 않는다. 다만 떠오르는 말들을 꺼낼 뿐이다. 그 순간의 단어들로 이루어진 문장들을 이야기를 하는 것은 최소한 진심이 담겨있다. 그러니까, 그 말을 하는 순간엔 그 말이 내가 생각한 최선의 대답이고 진심을 다해 이야기를 하지만 그 순간의 분위기가 한 차례 지나간다면 그것은 마치 없는 일처럼 사라지곤 한다. 나의 진심은 딱 거기까지였나 보다.


요즘 일을 하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든다. 혹자는 다 같은 사회생활 하는 사람들끼리 왜 유난이야-라고 이야기하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2-3년 전으로 돌아가면 나는 사회생활을 전혀 하지 못하는 등신이었다. 등신 말고 다른 단어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머저리 정도?


그 정도로 적응한다는 것에 너무나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던 사람이었고 어찌어찌하다 보니 면접을 보고 어딘가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고 그 기간이 1년이 되어간다는 사실이 참 놀랍기만 하다. 어떻게 일을 시작했는지 어떻게 1년이란 시간이 그렇게 빠르게 지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동안 받은 스트레스나 감정적인 요소들이 사실 아직까지도 나의 온몸에 남아있다. 음악 하나 없이 2-30명이 모여있는 오픈데스크에서 나 홀로 창문을 바라보며 내 뒤에 있는 사람들을 인기척으로만 느끼고 돌아서서 인사를 해야 한다는 그런 공포감이 새삼 시간이 지나니까 더욱더 가중됐다. 인기척이 들리면 돌아서서 오셨어요-하면서 다정히 인사를 건네는 것이 뭐가 그렇게 어려웠을까. 나의 옆자리에 앉는 사람에게 왜 다정히 인사를 '먼저' 하지 못했을까. 먼저 인사하는 게 뭐가 그렇게 어려웠다고. 뭐가 그렇게 부끄러운 일이었다고 먼저 다가가지 못했을까. 사실 모든 것을 뜯어서 이야기를 하자면 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도 많다.


가장 먼저 인사를 건네지 못했던 이유는 나는 결국 '외부인'이라는 낙인이 찍혀있기 때문에 함부로 다가갈 수 없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을 테고 그 이후에는 그들의 능력치가 나보다 몇 배 아니 몇 십배는 상회하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내가 먼저 다가가는 것이 초라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들은 앉아서 몇 백만 원, 몇 천만 원을 벌고 사업을 영위하는데 나는 고작 200만 원도 되지 않는 월급을 가지고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이 나에게는 와닿지 않는 일이었다. 내가 바라보는 모든 것들이 다른 세상이었다. 그들이 먹는 것, 하는 것, 하는 생각들부터 하는 모든 일들이 대한민국이라는 사회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더욱 다가가는 것이 무서웠을지도 모르겠다. 그들을 욕하고 밉보이고 싶지는 않다. 다만 그들의 능력치가 너무나도 뛰어나고 대단했기 때문에 나도 이런 소재로 글을 쓸 수 있을 뿐이다.


그곳에서부터 느꼈지만 나는 모든 것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느낄 수 있다. 무엇이 부족하냐고 묻는다면 쉬이 대답할 수는 없지만 모든 것이 부족합니다-라고 대답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업무적으로 처리하는 방식도 부족하고 머리를 쓰며 앞뒤 상황을 고려하여 최적의 답을 제출해야만 하는 대한민국 사회 특성상 나는 모든 것을 올바로 제안할 수 없고 내 의견조차 열심히 피력할 수 없다는 사실도 안다. 이것이 나를 혼자 가두는 못된 습성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현장에서 늘 이런 상황들을 겪어왔다. 부족하고 모자라고 기대치에 다다르지 못했다는 말을 듣고 결국에는 떠나야만 하는 그런 상황에 너무나도 많이 노출이 되어있었다. 그 말인즉슨 나는 여러 가지 방면으로 다재다능한 능력은 가졌지만 그것의 깊이가 너무나도 얕기 때문에 존중받지 못하고 대우받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구나, 나는 여러 가지를 얕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한 가지를 몰두해서 끝까지 파고 들어가야만 이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겠구나 하는 조언을 주는 곳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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