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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Feb 23. 2023

퇴사 후 다른 회사를 알아본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를 퇴사하고 다른 회사를 알아보는 것은 너무나도 큰 지옥에 떨어져 있는 것과 견줄 수 있을 정도로 사태가 심각하고 심오하다. 뭐, 물론 퇴사의 이유야 사람마다 다 다르고 개인적인 사정이 있겠지만 결국 우리 삶에서의 '퇴사'라는 것은 있어서도 안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어려서부터 한 가지 일을 열심히 그리고 꾸준히 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사실 오래 다닐 생각으로 이력서를 제출하거나 면접을 본 것은 아니었고 어려서부터 나에게 맞는 일이 뭘까 하는 생각을 항상 해왔었다.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잘하는 것이 특출 나게 없었고 그나마 음악을 듣고 노래를 부르는 것이 마냥 좋았던 이유로 대학을 예체능계로 진학을 해버렸다. 뒤도 없이 진학을 하고 나니 군대를 다녀오고 졸업을 하고 사회에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나왔을 때 내가 할 줄 아는 것이 단 한 개도 없었다. 사람을 상대해 본 적이 있어서 서비스업을 시작하기를 했을까, 기술을 배워서 어딘가에서라도 써먹을 수 있을 상황이기나 했을까. 정말 아무 준비도 대책도 마련하지 않은 상태로 사회로 나오게 되어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나온 사회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나마 대학교를 다니면서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구나라고 깨달은 이후 마케팅이나 블로그 마케팅 관련한 일을 찾아봤다. 그렇게 여러 회사의 면접을 보고 다양한 일을 해봤다. 블로그에서 글도 써보고 매장 방문해서 사진 촬영해서 그걸 블로그 후기로 후작업 하고 업로드하고 관리해 주는 일도 해봤고 강남구 일대의 과일이 신선하다고 소문난 개인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일을 했을 때도 다양한 경험을 많이 했다. 어찌 보면 사회에 나와서 일을 배우고 하게 된 케이스였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한 가지 일을 오래 한다거나 꾸준히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3개월 만에 사정이 생겨 퇴사하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사람들과의 적응이 어려워서 그만둔 이유도 있었겠지만 나름 신입을 잘 대우해 줬던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누군가의 뾰족함으로 인해 나는 적응하지 못했고 그곳도 떠났어야만 했다. 일한 곳을 모두 나열할 수는 없지만 어느 회사에서 일을 시작하려고 하건 면접을 봐야 하고 일정 조율을 해야 하고 지독히도 싫어하는 긴장을 해야만 한다. 덜컥 겁부터 먹는 내가 가장 자신 없는 것은 본인 자기소개해보세요-라는 질문이다. 나는 그럴 때마다 임기응변으로 떠오르는 것들을 나열해서 이야기를 하곤 했지만 아직까지도 자기소개를 해보라는 말에 덜컥 가슴이 답답해지고 벌써부터 겁이 나고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자기소개라는 것은 왜 있는 걸까. 나는 이런 과정들이 참 싫다. 정해진 회사의 틀에 각기 다른 사람들의 모형을 변형해 맞추어야만 한다는 그 사실이 너무나도 싫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면접도 진행하면 좋을 것 같은데 왜 회사들은 다 그런 걸까. 그렇게 지독하게 운영을 해왔으니 대한민국이라는 곳에서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런 생각의 충돌이 있기 때문에, 나는 이보다도 더 많은 생각들이 부정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회사와 더 어울리지 못하고 사회생활 적응이 어려운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언제쯤 내가 원하는 일을 꾸준히 오랫동안 다닐 수 있는 걸까. 이번 생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항상 겁이 많고 덜컥 불안해지는 나는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을 해야 하는 걸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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